적당히 데운 물로 어깨에 올린 피로를 떼어낸다.
요 며칠 모니터 앞에서 뭉갠 시간만큼 천천히 내려앉았더랬다.
처음에는 온 줄도 모르게 가벼웠다. 간혹 일어나 물을 마시거나 기지개라도 켤 때면 풀썩, 절로 일어설 만큼 무게감이 없었다. 이틀째엔 누군가 어깨를 살짝 짚는 정도, 사흘째엔 체격이 있는 사내가 어깨동무를 하는가 싶더니 나흘째엔 뒷목까지 뻐근하게 매달려 왔다.
툭툭 쳐보기도 하고, 위아래로 주무르다가, 양팔과 목을 돌려가며 달래도 보았지만 성처럼 견고해진 너는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농담처럼 가벼웠던 네가, 작은 반응에도 풀썩이고 까르르 웃던 네가, 내가 무심하던 순간에도 기대 오던 네가, 성처럼 견고한 침묵을 배웠다.
그제야 나는, 톡톡 말을 건네거나, 시선을 살피거나, 걸음을 붙잡기도 하며 너의 침묵을 달래 보려 하였지만 끝내 초대받지 못하였다.
따뜻했던 물은 이미 온기를 잃었고, 식은 나는 여전히 너를 떼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