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으로부터

by fingerfree

오후의 카페인이 잠을 몰아낸 연유로 새벽,의 내가 찾아왔다. TV 채널을 정처 없이 돌리다가, 앉은 자세를 정처 없이 바꿨다가 다시ㅡ, 멍한 시선을 정처 없이 흘리고는 가득한 열기가 부담스러워 열어본 창문 틈으로 도로의 소음이 몰려온다. 평소라면 까무룩 닫혔을 하루가 아직 살아서 25시간째 꼬리를 늘어트리고 있다. 나처럼 하루를 마감하지 못했거나, 이제 시작한 하루의 주인들이 눈을 반짝이고 괭한 소리로 하품을 하며 도로를 드문드문 채운다.


밤,이 되어서야 미뤄두었던 설거지를 한다. 끼니의 포만감을 대강 물로 헹구고 거품이 인 수세미로 자근자근 문지른다. 쉬이 씻겨지는 흔적들과 여러 번 보듬어야만 안녕을 고하는 얼룩들이 얽혔다 풀어지고 풀어졌다 흩어지며 다시 채워야 할 수고로움을 내민다.


저녁,에는 막 캔 감자를 선물 받았다. 여문 정성이 알알이 채워진 박스 안에는 6월, 장마에 대한 기억마저 담겨 있었다. 갓 쪄낸 감자의 포실함을 두 볼 가득 밀며, 축축하고 나른했던 장마의 냄새를 천천히 맛보았다.


낮은, 휴일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시골집 길가엔 밤꽃이 허옇게 피어났고, 두어 번의 비로 훌쩍 자란 텃밭의 풀카락은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두시의 태양은 쪼그려 앉은 나를 뜨겁게 단금질한다. 증기 같은 숨을 쉭,쉭거리며 송글한 땀을 씻어내다가 내 손가락과 꼭 닮은 손가락이 바삐 호미질하는 모양새를 훔쳐보았다. 손님이 지나간 자리마다 본디 심었던 작물과 순하게 고른 땅이 얼굴을 드러내었다. 나는 그 손님을 쫒으며 안도했고 순해진 마음을 땅에 심었다.


아침,이 노크한다. 옅어진 잠이 반응하며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덜 깬 머리가 입력한 명령어에 손발이 허우적거린다. 깨지 않았더라면ㅡ 아직 꿈꾸고 있었을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