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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블리오 Feb 18. 2024

직관과 직감, 그리고 결정의 상관관계

칩 히스의 <후회없음>을 읽고


p.30 “사실 우리가 아주 냉정하게 비교한다고 생각할 때조차 두뇌는 직감을 따라가곤 한다.”
p.31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생각은 사실은 심하게 왜곡된 데이터 풀에서 끌어낸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했다고 믿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걸음 물러나 파헤쳐보면 감정과 직감 등 본능적인 이끌림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곤 한다.


직감과 직관은 유사한 개념인데 굳이 구분하자면 직감이 감각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고 직관은 축적된 경험으로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p.49 “직관(intuition)은 세심하게 훈련해온 영역에서만 정확하게 발휘된다. 또한 직관을 훈련하려면 예측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수없이 선택을 반복하고 즉각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야 한다.”


그리고 ‘직감’과 달리 ‘직관’은 훈련의 영역에 한해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선택 상황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심사숙고가 필요한 의사결정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은 게 된다.


‘직감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과 ‘직관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아예 다른 것이다. ‘직감에 따른 결정’과 ‘직관에 따른 결정’은 생각보다 의미의 교집합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직감은 의식적인 사고 이전에 피부로 느껴지는 본능의 신호이다. 나 역시 흐릿하지만 강렬한 “직감”에 의존하여 결정을 내렸던 경험들이 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옳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그런데 직감에 의한 결정이 틀렸던 것은 ‘직감 그 자체의 불완전함’ 때문이라기보다는 반대의 결과를 알면서도 행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살다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일말의 가능성에 의지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성적인 결정’과 ‘감정적인 결정’을 연어 관계적(collocational)으로 분석한다고 했을 때 전자가 후자보다 더 높은 연관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혹은 적어도, 차분하게 느껴지는 전자가 다소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후자보다는 “결정”이라는 어휘와 함께 쓰이기에 더 이상적으로 그려질 것 같다.


그러나 이 책뿐만 아니라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책들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듯이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어쩌면 ‘선택’과 ‘결정’은 실제적인 언어 사용에서 “심사숙고한”, “신중한”, “합리적인” 보다는 “직관적인”, “즉흥적인”, “순간적인” 등과 같은 형용사와 더 ‘연어적’으로 끈끈한 결합을 가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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