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상실

by 지렁

아쉽게도, 슬프게도, 절망스러울 정도로 나의 6년 간의 연애가 끝났다. 연애를 하는 중, 나 자신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서로의 일상을 지키는 연애가 안정적이라 믿었는데, 이제 믿을 수 없다.


헤어지는 당일,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헤어짐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연애가 너무 편안했고 소중했기에 상실감이 크다. 그 사람과 처음 만났던 때 풋풋함과 모든 처음이 나인게 너무 좋았다.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애칭과 장난들, 당연하게 알고 있는 서로의 취향, 둘이 같이 처음 가보는 여행지의 설렘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곧 너가 좋아하는 음식일 때의 행복. 난 사실 이 모든 게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과거는 힘이 없다지만 추억은 힘이 있을까? 같이 갔던 여행지의 추억과 둘만의 기억이 담긴 장소들에 대한 얘기를 난 이제 누구와 할 수 있을까? 문득 기억이 떠오르면 혼자 회상하고 그리워하다 마침내 삼켜야만 하는 미래들을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나의 가장 소소하고 소중한 일상들을 공유할 사람이 없는 하루들이 전과 같을까? 가장 기쁠 때, 가장 슬플 때 당연히 제일 먼저 얘기해야 하는 사람이 사라진 상실감을 너 없이 나 혼자 버틸 수 있을까?


이별은 모두가 겪어보겠지만 나에게만 이별이 이렇게 힘들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모든 이들의 추억은 소중하지만 나 또한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내 추억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만 선명하고 반짝였던 둘만의 추억이 이제는 버려져 먼지 쌓인 구석에서 누가 돌아보지도 않는 존재로 추락한 것이 나의 마음 같다.


엄마는 어떻게 이별을 견뎠는지 궁금해 여쭤보니 엄마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주변에 남자가 끊이지 않아 슬퍼할 틈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별 후 눈물조차 흘려본 적 없다던데 이런 엄마 밑에서 이런 딸이 나온 걸 보면 유전자의 신비는 대단하다. 엄마를 따라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발버둥은 쳐보려 한다.

다들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이별을 했는지, 또 어떻게 잊어갔는지 궁금하고 또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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