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부모님은 어떤 아이가 나올지 어떻게 알고 나를 낳았을까? 만약 내가 엄청 못되고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였으면 어쩌려고?' 같은 생각 말이다. 물론 지금도 그런 궁금증은 존재한다. 난 아직 나와 상대방의 유전자를 랜덤으로 조합해 10개월 간의 기다림 끝에 나올 어떤 무언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된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 아이가 장애가 있을수도, 본인이 생각한 것처럼 애교가 많거나 귀엽지 않을수도 있지 않은가? 추후에 성장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텐데 그 중에는 통제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일테고, 심지어는 범죄 같은 심각한 종류의 문제도 존재할 수 있다. 영유아기의 귀여운 모습 뿐만이 아닌 내 돈을 뺏어 날 양로원에 집어넣을 존재가 나올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들을 다 포용해야 하는 마치 부처와 같은 마음이 있어야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다들 이렇게 거창한 마음으로 아이를 낳는 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아이가 생겨서, 또는 아이를 지우기에 죄책감이 들어서, 혹은 키우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대책 없는 마음으로 낳은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고, 행복하고 성공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낳았을 거라 믿는다. 그렇기에 위에 언급한 불확실성을 모두 껴안고 부모가 된 것 아닌가 싶다. 나는 내 삶의 불확실성으로 생긴 다이내믹조차 너무 차고 넘쳐서, 최소 30년은 책임져야 할 어떤 존재의 불확실성까지 꾸역꾸역 더할 자신은 없다. 그러다가는 차고 넘치다 못해 그릇 깨진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책 '페인트'는 흥미로운 소재였다.
부모를 면접 봐서 선택한다. 저출산이 가속화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는 저출산이 진행되다 못해 애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없어져 국가에서 고아들을 책임진다. 그 아이들은 생각 좀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부모 면접', 이른바 페인팅('Parenting'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페인팅이라고 한다 한다. 그리고 부모 면접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색칠한다라는 의미도 들어있는 것 같다.)을 진행한다. 국가에서 사전에 괜찮은 부모들을 물색해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면 총 3차 면접까지 거쳐 부모로 모실지 말지를 정한다. 마치 취업 면접 같은 느낌이다. 부모가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면 국가에서 열람 및 평가 후 서류 합격 결과를 알려준다. 그 후 감독관과 아이와 같이 진행하는 1차 면접, 아이와 함께 동거하며 평가받는 2차 면접을 모두 합격해야 부모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세계에서 사적으로 애 낳아서 기르는 걸 금지시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이 곳에서 아이를 데려오냐면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신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는 국가의 간섭 없이 혼자 아이를 낳고 키워도 상관 없으며, 아이를 데려오려는 사람들 중에 돈이 이유인 사람들도 많다. 만약 국가에서 모든 아이를 관리하고 사적으로 애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부모는 면접만이 부모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사람들은 왜 부모가 되려고 할까? 조건 없는 사랑을 줄 대상이 필요해서일까, 아니면 노후 대비용일까? 이 책에서와 같이 최소 10대가 되어야만 입양이 될 수 있다면 이미 제일 귀여운 모습은 다 사라졌을테고, 본인의 유전자가 섞인 아이도 아닌데 키우고 싶을까? 난 자식으로의 인생만 살아봐서 잘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나를 닮은 아기가 너무 귀여울 것 같고, 잘 키우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근데 만약에 본인을 안 닮고 배우자만 닮거나, 배우자를 닮았는데 배우자랑 이혼하고 싶을 정도로 배우자가 싫어지면 아이도 싫어질까? 아니면 진짜 못생긴 아이를 낳으면 사랑할 수 없게 될까?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예쁘다는 말이 있는 거 보면 전자, 후자와 다 관계 없이 내리 사랑은 불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위에서 가정한 세상에서 데려온 아이도 마찬가지일까? 인간의 자식 사랑은 유전자로부터 오는 것일까, 키우는 정으로부터 생기는 것일까? 낳지 않으면 모르는 행복이라던데, 그 행복은 알지 못해도 괜찮을 행복일까 아니면 꼭 알아야 할 행복일까? 그냥 낳아버리면 컨트롤 제트 눌러서 되돌리기 해버릴 수 없으니까 행복하다 하는걸까? 행복하다고 자기세뇌하는 것은 아닐까? 잠 못 자고 돈 벌어서 애한테 다 쓰고 나한테는 투자도 못하고 폭싹 늙는데 진짜 애 웃는 모습 하나에 평생 알지 못했던 행복이라 일컬을 정도로 행복할까? 다들 다시 태어나도,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자식을 다시 낳을거라던데 그 정도의 행복과 사랑인 것일까?
이렇게 장점보다 단점만 가득 생각나고 진짜 행복할지 의심만 하는 나는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될 사람인건 확실하다. 그렇기에 애 낳은 사람들이 더 대단해보인다. 책에서의 부모 면접은 자식의 입장에서 씌였지만,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묻고 싶다. 당신은 부모 면접을 보실건가요? 왜 부모가 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