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 <보이지 않는 도시들>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38번.

by 이태연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환상적인 가상의 도시입니다. 그동안 배경으로만 등장했던 <도시>를 주인공으로 '공간이 갖는 의미에 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이탈로 칼비노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도시)는 선과 악이 얽혀 있고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마르코 폴로의 말 >> - 젊은 탐험가입니다. 황제에게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실은 가상의 대화입니다.

* 도시는 필요 이상의 것들로 넘칩니다.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각인하기 위해 도시는 스스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 기억은 필요 이상의 것들로 넘칩니다. 기억은 도시를 존재시키기 위해 기호들을 반복합니다.

* 왜 도시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안과 밖을, 요란한 바퀴 소리와 늑대 울음소리를 갈라놓은 것은 어떤 선일까요?



20180816_211136.jpg 왜 도시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 <보이지 않는 도시들>



* 거울은 사물들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합니다. 거울에 비쳐졌다 해서 모든 게 다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 모든 얼굴과 행동이 거울에서는 정확히 뒤집어진 얼굴과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두 개의 발드라다는 계속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를 위해 살아가지만 상대방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 도시는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 제국은 병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제국이 자신의 상처에 익숙해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 폐하의 주위가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으시다면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셔야 합니다.

* 거짓은 말이 아니라 사물 속에 있습니다.

* 사람들이 말하는 도시는 존재에 필요한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도시 자리에 존재하는 도시는 존재감이 그다지 없습니다.



20180816_220516.jpg 도시는 관계들의 망입니다 - <보이지 않는 도시들>



* 도시의 삶을 지탱해 주는 관계들을 설정하기 위해 에르실리아의 주민들은 집 모퉁이에 흰색이나 검은색, 회색 혹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실들을 혈연관계, 거래, 권력, 기관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식에 따라 걸어놓습니다. 실들이 너무 많이 걸려 있어서 그 사이를 지나다닐 수 없게 되면 주민들은 그곳을 떠납니다. 집들은 철거됩니다. 그러면 실과 그 실이 묶여 있는 기둥만 남게 됩니다.

(···) 도시는 형태를 찾는,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들의 망입니다.

* ' 살다 보면 자기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 가운데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날이 찾아오게 돼. (···) 어쩌면 아델마는 죽어가는 사람이 도착하는 도시인지도 몰라. 그래서 각자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들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 거지. 이건 나 역시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 '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 이야기를 지배하는 것은 목소리가 아닙니다. 귀입니다.



20180816_214639.jpg 사실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사실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 여행을 하면서 차이가 사라져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각 도시는 다른 모든 도시들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도시들은 형식, 질서, 차이들을 서로 교환합니다.

* 삶과 죽음을 오가는 것은 모래알갱이가 모래시계의 잘록한 부분을 관통하는 것과 같으며···.

*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20180816_220725.jpg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쿠빌라이 칸의 말 >> - 퇴락해가는 제국 타타르의 황제입니다.

* 자네의 도시들은 존재하지 않아. 어쩌면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지. 물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걸세.

* 어쩌면 우리의 대화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라는 별명을 가진 두 거지들이 하는 대화인지도 모르네. 두 사람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녹슨 잡동사니, 천 조각, 폐지 들을 모아 쌓지. 싸구려 포도주 몇 모금에 취한 두 사람이 동방의 보석들로 주위가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 모든 게임의 결과는 승리 아니면 패배이다. 그런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것인가? (···) 그러니까 결정적인 정복을 이뤘다 해도 거기서 얻은 제국의 다양한 보물들은 사람을 현혹하는 껍질에 불과하며, 그러한 정복은 대패로 민 체스 판 위에서 무(無)일 뿐이다.








<페이지 생략><주인장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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