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음속에 겁을 품는가 - <신곡>지옥편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50번.

by 이태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은 지옥과 연옥, 천국을 관통하는 일주일간의 여정을 그린 웅장한 서사시입니다. 그가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 고향에서 추방당한 뒤 20여년에 걸친 유랑 중에 써낸 작품입니다.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선과 악, 죄와 벌, 정치와 종교, 문학과 철학, 신화와 현실 등 인간사의 모든 주제를 그려내며 환상성과 보편성을 획득해냅니다. 다음은 T. S. 엘리엇의 말입니다. "서양의 근대는 단테와 셰익스피어에 의해 양분된다."



<< 단테의 시선 >> - 부활절의 성(聖) 금요일 전날 밤, 잠에서 깬 단테는 캄캄한 숲에서 길을 잃고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포와 두려움에 떨던 단테 앞에 평소 존경하던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영원의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을 약속합니다. 마침내 금요일 저녁 지옥문 앞에 도착한 이들은, 피와 악취, 비명으로 가득한 지옥에서 사흘을 보내게 됩니다.


* 미친 듯 재산을 모은 자는 재산을 잃을 때가 오면 오로지 재산만 생각하며 울부짖고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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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저물고, 불그레한 하늘은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하루의 고달픈 일을 놓고 쉬라 하는데, 나 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방랑의 길을 떠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기억은 이 모든 것을 틀림없이 기록하리라.


*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 사랑이 나를 말하게 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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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은 남에게 해를 입힐 힘을 지닌 것들에게서만 나오는 법입니다. 다른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요.


* 왜 주저하는가? 왜 마음속에 겁을 품는가? 왜 용기와 솔직함이 없는가?


*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 끔찍한 얘기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그리고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마구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그 영원히 깜깜한 하늘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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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발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죽음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난 믿을 수 없었다. (···) 그들은 벌거벗은 채 거대한 파리와 벌 떼에게 무참히도 찔리고 있었다. 찔린 얼굴에서는 피가 눈물과 뒤섞여 흘러내렸고, 다리에서는 구더기들이 피를 빨아 먹고 있었다.


* 그들의 슬픔에 짓눌리고 고통이 마구 헝클어 놓았던 의식을 다시 찾고 보니 몸을 움직여 사방을 살펴보거나 눈을 크게 뜰 때마다 주위에는 온통 새로운 고통을 받는 새로운 죄인들이 보인다. (···) 이곳은 무겁고 차가우며 혹심한 영겁의 비가 내리는 곳이다. 이 비의 법칙과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거대한 우박과 구정물이 눈과 뒤섞여 어두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흠뻑 젖은 대지는 지독한 냄새를 뿜어 낸다.


* 네가 배운 것을 잊었구나. 기쁨이든 고통이든 모든 것은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더 뚜렷한 법이다. 저주받은 이 무리는 결코 진정한 완전을 누릴 수 없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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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은 그 때문에 처절히도 싸운다.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 늪에서는 진흙에 덮여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발가벗었고, 성난 얼굴이었다. 이빨로 서로를 조각나도록 물어뜯고, 손뿐 아니라 머리와 가슴, 다리로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 분노를 이기지 못한 자들의 영혼을 보아라!


*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 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 우리는 노안이 된 듯 멀리 있는 것들을 잘 본다오. (···) 그러나 가까이에 뭐가 다가오면, 우리 정신은 텅 비어 버려.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 일들을 알 수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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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제 손으로 자신과 자기 재산도 파괴할 수 있어. (···) 그들은 세상에서 스스로 제 몸을 더럽히거나 도박으로 살림살이를 탕진하고 그로 인해 비참하게 우는 자들이야.


* 철학은 그걸 배우려는 사람에게 단 하나만 가르치지 않으니, 마치 자연이 성스러운 지성과 그 기술로 제 진로를 잡아 나가는 것과 같다.


* 아, 행동뿐 아니라 지혜를 지녀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사람 곁에서는 얼마나 주의를 해야 하는지! (···) 진실은 거짓의 여러 얼굴들을 지니는 법이다. 그 앞에서 사람은 되도록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런 진실을 말하면 자칫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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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기 머리통을 때리면서 말했다. "혓바닥이 지칠 줄 모르고 알랑거린 탓에 나는 이 깊은 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


* 등을 가슴으로 삼고 있는 그의 모습을 봐라! 너무나 앞을 보고 싶었기에 뒤를 바라보며 거꾸로 가고 있구나.


* 거짓이 진실을 비틀지 못하게 해야 하리니


* 생각을 집중해서 그 처음과 끝을 잘 맞춰 보니, '이제'와 '지금'의 뜻이 비슷하듯, 그 소란이나 우화나 다를 것이 없었다. 생각은 연이어 일어나는 법. 그런 생각에 이어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으니 처음에 지녔던 무서움이 곱절로 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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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야말로 네가 나태함을 벗어 버릴 때로구나. 베개를 베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느니라! 명성 없이 삶을 소모하는 사람은 허공의 연기나 물속 거품과 같은 흔적만을 세상에 남길 따름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무거운 육체에 눌려 주저않지 않으려면, 모든 싸움을 이기는 정신으로 숨 막히는 어려움을 극복하여라.


* 뉘우치면서 동시에 원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나는 살았을 때 원하던 것을 원 없이 가졌지만, 지금은 물 한 방울을 이렇게 갈망하고 있소.


* 네가 어둠 속에서 너무 멀리 보려다 보니 진실을 상상과 혼동한 모양이다. 눈이 멀리 있는 것에 얼마나 속기 쉬운지 저곳에 가면 잘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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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의 모든 바위들이 내리누르고 있는 저 슬픈 구멍에 잘 들어맞을 거칠고 쓰디쓴 글을 지을 수 있다면 내 생각의 즙을 더 완전하게 짜내련만, 하지만 그렇지 못하여 두려움 없이는 말을 이어 갈 수가 없다. 우주의 중심 바닥을 묘사하는 것이란 농담처럼 가볍게 처리할 일도 엄마 아빠를 부르는 아기의 옹알거림도 아닐 테니까.


* 꽉 붙잡아라. 다른 길이 없다. 이 사다리로 끔찍한 악의 세계를 빠져나가야 한다. (···) 아직도 넌 자신이 지구의 중심 저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나.

















<페이지생략><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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