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여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라 - <신곡>연옥편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51번.

by 이태연







지옥이 형벌의 영원성을 상징하듯 깔대기 모양으로 땅속에 내리꽂힌 모양임에 비해, 연옥은 바다 위로 솟아오른 하나의 산의 형상입니다. 연옥의 망령들은 자신들이 받는 벌이 유한한 것임을 알기에 구원의 순간을 고대하며 기다립니다. 그들의 형벌 기간을 단축해 줄 수 있는 건 바로 현실 세계에서 그들을 위해 빌어 주는 기도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연옥도 죽음 이후의 세계이지만, 지옥과 천국에 비해 현실 세계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단테의 시선 >> - 단테는 언젠가 다가올 구원의 순간을 갈구하는 참회와 회개의 소리가 가득한 연옥에서 사흘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한 뒤, 베아트리체를 새로운 길잡이로 삼게 되면서 베르길리우스를 떠나보냅니다. 베아트리체는 레테 강과 에우노 강에서 몸을 씻은 단테를 데리고 천국을 향해 날아오르게 됩니다.


* "인간들이여,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라. (···) 만족할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 헛되이 바라는 것을 그대들은 보았으니, 그들은 영원히 통곡할 자들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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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각이 기쁨이나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때 영혼은 그 둘 중 하나의 감각에 쏠려서 다른 기능에는 완전히 무디어진다. (···) 그래서 어떤 것을 보거나 들으며 우리의 영혼이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힐 때 시간이 흘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을 알아차리는 감각과, 영혼을 완전히 지배하는 감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전자는 영혼에서 풀려나 있고 후자는 매여 있다.


* 사람이란 생각에 생각을 겹쳐 놓다 보면 원래의 목표를 잃게 마련이니, 힘이 서로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 너무 깊은 의심에 갇히지 않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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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베르길리우스요. 내가 천국에 가지 못한 이유는 죄는 짓지 않았으나 신앙이 없었기 때문이오." 이것이 길잡이가 그 영혼에게 한 대답이었다. (···)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당신이 찾고 있는 태양을 볼 수 없게 되었소. 난 그 의미를 너무 늦게 알았소."


* 무서워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라. 우리는 우리 길을 잘 가고 있지 않느냐. 뒤처지지 말고 네가 가진 힘을 다해 앞으로 가거라!


* 무슨 벌을 받을지를 생각하지 말고, 벌의 끝에 오는 것을 생각하기를! 벌이 아무리 중해도 최후의 심판을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니까.


* 바위를 이고 움직이는 저들이 보이느냐? 하나하나가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것이 보이느냐? (···) 너희 마음의 눈은 병이 들어 뒤로 가는 발길에 아직도 믿음을 두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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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결점투성이 미완의 벌레에 지나지 않건만, 어찌하여 마음만 그렇게 높이 세우고 있는가!


* 속세의 명성이란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에 지나지 않으니 이 길 저 길로 옮겨 다니다가 방향이 바뀌는 대로 이름도 바뀌게 되는 법이오. (···) 당신들 세상의 명성이 그렇게 풀잎처럼 왔다가 가는 것이니, 세상에서 풀잎을 자라게 하는 그분이 거둬 가실 것이오.


* 그는 죽은 이래 이렇게 쉴 줄 모르고 걷고 있소. 살아서 올곧지 못하고 오만하여 진 빚을 이렇게 회개하며 갚고 있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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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잡이가 말했다. " 이것은 사람들이 자기 분수를 지키도록 만든 억센 재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끼에 걸려들어 낚싯바늘을 냉큼 삼키고 적대자의 꼬임에 넘어가니, 재갈로 권유도 다 소용없구나. 하늘은 사람들 주위를 돌며 그 영원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부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구나.


* 사람들은 각자가 차지하면서 줄어들게 되는 세상의 것들을 욕망의 목표로 삼으니, 질투는 사람들 한숨에 부채질을 하는 거란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망이 위로 솟구쳐 가장 높은 하늘의 사랑을 향한다면 상실의 두려움이 그렇게 마음을 누르지는 않을 텐데.


* 그가 내게 말했다. "네가 속세의 것에만 마음을 쏟다 보니 진정한 빛에서 오직 어둠만을 도려내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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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룸바르디아 사람, 마르코라고 불렀소." (···) 그는 고통스러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형제여, 세상은 눈이 멀었소. 당신이 살던 세상은 분명 눈이 멀었소! 사람들은 모든 것이 어떤 예정된 계획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모든 원인을 하늘에 돌리려고 하오만, (···) 아시다시피 세상을 혼란하게 했던 원인은 사람들의 썩어 빠진 본성이 아니라 잘못된 통치였소.


* 사랑은 사랑하는 주체의 행복에서 결코 눈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깃든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 사랑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초가 좋다 해도 그것이 만드는 봉인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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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베드로의 후계자였다는 것을 알아 두시오. (···) 난 너무 늦게 뉘우쳤소. 로마의 목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의 헛됨을 알게 된 거요. (···) 탐욕은 선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망쳐 버렸고 사랑 없는 삶은 헛된 것이었소.


* 베르길리우스가 스타티우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덕으로 불붙은 사랑은 그 처음의 불꽃이 밖으로 나타나면 또 다른 사랑에 불을 붙이지요. (···) 그런데 (···) 당신이 부지런히 가꾼 든든하고 선한 뜻이 마음에 가득할 텐데 어떻게 탐욕이 그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었소?"


* 스타티우스의 입술에 이지러진 미소가 잠깐 스쳤다. (···) "사실 나는 탐욕과 전혀 관계가 없었소. (···) 그 무렵 나는 내 손이 너무 활개를 치면서 헤픈 것을 알고서 그 죄를 다른 죄들과 더불어 뉘우쳤소. (···) 낭비의 죄에 반대되는 탐욕의 죄도 낭비의 죄와 더불어 이곳에서 참회를 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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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망령이 내게 눈을 돌리더니 해골 깊숙이 들어앉은 눈으로 빤히 날 들여다보다가 큰 소리를 질렀다. (···) "여기 있는 이들은 지나치게 목구멍의 즐거움을 쫓다가 이렇게 울고 노래하면서 갈증과 허기를 겪으며 죄를 씻고 있네."


* 이제 지체하지 말고 올라가야 할 시간이었다. 태양은 자오선을 황소자리에 걸쳤고, 밤은 전갈자리에 걸쳤다. 필요를 따라서 가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꾸물거릴 수 없고 끝까지 자기 길을 곧게 간다.


* 소리는 계속되었다. "태양이 이제 지고 밤이 가까웠다.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너희는 서쪽의 빛을 잃기 전에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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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들의 꽃 세례를 받으며 나타났던 그녀는 이제 강 이편에 있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 날 보세요! 나 정말 베아트리체이니! (···) 내가 육체에서 영혼으로 올랐을 때 난 더 아름답고 더 많은 덕을 지녔는데, 그는 내게서 전보다 기쁨을 덜 찾고 나를 덜 사랑했어요. 그리고 진실로 이르는 길에서 벗어나 방황하면서, 헛된 약속만 하는 선의 헛된 모상들만 쫓아다녔어요. (···) 그는 심연에 빠져 들었고 마침내는 그에게 길 잃은 사람들을 보여 주는 것밖에는 그의 영혼을 구할 다른 길이 없었지요."


* 나는 그녀를 앞에 둔 채 온몸이 마비되어 멀거니 서 있었다. (···) 그녀가 말했다. "우리 마음이 이끄는 그야말로 유일한 선을 사랑하도록 그대를 바로잡아 주던 나를 향한 욕망 속에서, 무슨 웅덩이들이 가로막았기에, 무슨 사슬을 만났기에, 나아가는 길에서 희망을 그렇게 버려야 했나요? 어떤 이득이나 어떤 현혹이 다른 자들의 이마에서 보였기에 그들을 그렇게 부러워했나요?" (···) 울먹이며 나는 말했다. "당신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을 때 세상이 내민 허망한 즐거움이 나를 방황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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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답했다. " 나 자신이 혹시 당신을 등지거나 양심에 거스르는 일을 한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바로 오늘 레테의 물을 마신 것을 생각해 보세요. 또 연기로 불을 추론할 수 있듯이, 그대가 망각하는 것은 그대 마음이 내게서 떠나 딴 곳에 가 있었음을 밝히는 명백한 증거지요."


* "레테의 물은 분명 기억을 지우지 않았을 거예요." 다시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아마 더 중요한 일이 그의 정신을 채우고 있는 모양이지요. 그래서 기억을 빼앗고 정신의 눈을 흐리게 만든 것 같군요." (···) 이 더없이 성스러운 물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와 새로워진 나무로 다시 살아나고 순수해져서, 별들에게 올라갈 열망을 가다듬었다.















<페이지생략><윌리엄 브레이크의 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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