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디킨스를 읽지 맙시다-<한줌의 먼지>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37번.

by 이태연




















두 가지 버전의 이색적인 결말과, 「한 줌의 먼지」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화합할 수 없는 두 세계(헤턴 저택을 보존하는 것으로 전통을 지키려는 한 남자와, 쾌락으로 시간을 소비해버리는 영국 귀족 사회)를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 작가의 시선 >> - 외아들 존이 사고로 죽자 이혼을 통보해온 아내 브렌다에게, 토니는 불륜을 저지른 아내 대신 자신이 간통을 저질렀다는 '불륜 증거'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자신이 애착을 갖고 있는 헤턴의 저택을 팔아야만 가능한 거액을 아내가 요구해오자, 이혼을 거부하고 브라질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길을 잃은 토니는 원주민 마을에서 평생 소설을 읽어주며 살아가게 됩니다. 한편 고향에서는 토니의 비석이 세워집니다.


* 평범한 비석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헤턴의 앤터니 라스트 탐험가 1902년 헤턴에서 출생, 1934년 브라질에서 잠들다> (···)라스트가 말했다. "저 비석을 세우길 잘했어요. 비버 부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 못 했을 겁니다. 토니의 부고가 신문에 나자마자 제게 편지를 보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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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미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난 따분한 사람들이 몰려와서 수다나 떠는 숙소로 만들려고 이 집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고. (···)이 집은 분명히 영국적인 삶의 일부고 만일 그 의무를 소홀히 하면 대단한 손실을 볼 거야." 토니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침대 쪽을 쳐다보았다.


* 브렌다는 안락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서 수를 놓고 있었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에요. 토니는 이 집에 미쳤거든요. (···)여기서 사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아세요? 그것만 아니라면 우리는 아주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헤턴 저택의 평화로움과 차분함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토니는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전에는 그렇게 다양해 보였던 할 일들이 지금은 그의 하루 중에서 극히 적은 시간만 차지했다. 그가 브렌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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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크와 단둘이 있을 때 토니가 말했다. "나는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네. 중요한 건 내 기분이 어떠냐가 아니라 브렌다와 내가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다는 걸세. 브렌다가 그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들이 낯선 사람들이고, 존을 모르고, 이곳에서의 우리 생활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녀는 완전히 혼자 있고 싶은 거야. 여기서 일어난 일을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거지. 그녀를 보내는 내 마음도 몹시 괴로워."


* <사랑하는 토니. 난 헤턴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나는 존 비버를 사랑하고, 당신과 이혼하고 그와 결혼하고 싶어요. 만일 존 앤드루가 죽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나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 상태에서는 도저히 다시 시작할 수가 없어요.> (···)토니가 그 편지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까지는 며칠이 더 지나야 했다. 그는 브렌다를 사랑하고 믿는 일에 너무 익숙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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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렌다가 원고가 되는 쪽이 편리할 것 같았다. (···)브렌다가 헤턴을 떠난 후 넷째 주 주말이 토니가 간통을 저지를 날로 정해졌다. 해변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했고 사설탐정들에게도 연락해 두었다. "이제 파트너를 고르는 일만 남았습니다." 변호사가 말했다.


* 토니는 요즘 잠을 잘 못 잤다. 혼자 있을 때면 비버가 헤턴에 다녀간 후에 있었던 모든 일을 곱씹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놓쳤던 단서들을 찾아보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황을 바꿔 놓은 시점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지난 팔 년간 자신의 삶을 한 장면, 한 장면 머릿속으로 재현해 보았다. 이 모든 것 때문에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브렌다는 이혼하지 못할 겁니다. 제가 브라이턴에서 만든 증거는 쓸모 없을 거예요. 어린아이 하나가 계속 같이 있었거든요. (···)저는 한 육 개월쯤 멀리 떠나 있을 생각입니다. 제가 돌아왔을 때에도 브렌디가 이혼을 원한다면 어떠한 위자료도 없이 이혼해 주겠습니다." (···)토니는 브라운 클럽에서 나오는 길에 존 비버의 입회 허가여부가 표결에 부쳐졌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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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동안 토니는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잊고 지냈다. 그의 머릿속은 그 도시, 그 '빛나'고 '물 많'고 '밝은 날개가 달리'고 '향기로운 잼과 이름이 같은' 도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는 도시 모습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다음 날 배는 대서양에 있었다.


* 조지타운을 떠난 후로 토니의 몸에는 성한 곳이 없었다. 그의 얼굴과 목은 강물에 반사되는 햇볕에 탔고, 그 바람에 살갗이 벗겨져서 면도도 할 수 없었다. 뻣뻣하게 자란 턱수염은 턱과 목 사이를 계속 찔러 댔다. (···)'8시30분이면 런던에서는 지금쯤 저녁 식사를 하러 모이고 있겠군.' 매년 이맘때면 런던에서는 매일 밤 파티가 열렸다. 토니는 그 순간 런던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 나흘 동안 토니와 메신저 박사는 강을 노 저어 내려갔다. (···)그들은 배를 강기슭에 대고 짐을 내린 후 물속에서 배를 끌면서 걸어갔다. 때로는 허리까지 빠지기도 했고, 때로는 손으로 배를 끌고 바위를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토니가 열병에 걸렸다. 넷째 날 오후에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날 정오 휴식 때에만 해도 그는 완벽하게 건강했고 건너편 강가에 물을 마시러 내려온 작은 사슴을 쏘아 맞히기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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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신저 박사는 토니의 병이 하루 이틀에 나을 것이 아님을 알았다. (···)토니는 시간의 흐름을 자꾸만 깜빡깜빡하면서 하루종일 혼자 누워 있었다. 잠은 조금 잤다. 한두 번 해먹에서 나와 보았지만 기운이 없고 어지러웠다. 메신저 박사가 그를 위해 꺼내 놓고 간 음식을 조금 먹어 보려고 했으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울며 누워 있었다. 동이 트기 직전부터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나타나는 환영이 그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 토니의 회복은 더뎠다. 처음으로 맑은 정신과 착란상태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났다. 그러다 체온이 떨어지고 나자 몹시 아플 때에도 의식은 멀쩡해졌다. 그러고 나서는 열이 나는 간격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체온이 열대지방에서의 정상 범위 내에 들어왔고 나머지 날에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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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가 지났다. 구조대가 오는 기미는 전혀 없었지만 토니는 이튿날 일어날지 모르는 일에 대한 희망으로 또 하루를 버텼다. 심지어는 자신의 감시인에게 우정을 약간 느낀 나머지, 어느 날 저녁 그가 다른 인디오와 오랜 상의를 한 끝에 토니를 잔치에 초대했을 때 기꺼이 가겠다고 대답하기까지 했다.


* 토니는 진한 색깔 액체를 맛도 보지 않고 단번에 쭉 들이켰다. (···)'어젯밤에 내가 취했나 본데. 보기보다 무서운 술이군.' 그는 생각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소? 당신이 그렇게 깊이 잠들었는데 말이오. 그들이 당신을 찾으러 그 먼 길을 왔는데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소. 당신 시계 말이오. 당신 소식을 가져가면 사례금을 받는다면서 뭐라도 영국으로 가져가고 싶어 하기에 그랬소. 굉장히 좋아하더군. 그리고 내가 당신이 온 것을 기념해서 세워둔 작은 십자가의 사진도 찍어 갔지. (···)그들이 다시 여길 찾아올 것 같지는 않소. 워낙 외진 곳이라. (···)오늘은 디킨스를 읽지 맙시다. 하지만 내일은, 그리고 모레에는, 또 글피에는 읽어야 할 거요."


* 신의 존재를 믿으시오? 찰스 디킨스가 쓴 모든 작품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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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부두에 정박했다. 토니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눈으로 운전사를 찾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토니는 이번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 풍경의 아름다움, 흑인들의 경솔함, 열대 과일의 진미, (···)침묵이 흐른 뒤에 브렌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건 아니죠? 비버 씨와 있었던 일 때문에 말이에요. (···)당신과 동시에 그도 떠나 버렸죠. 사실, 당신이 내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가진 않았잖아요. 그래서 모든 상황이 꼬인 거예요. (···)토니, 정말이지 끔찍한 여름이었어요."


*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은 때에 데이지가 새로운 식당을 또 개업했다. 토니와 브렌다는 그날 런던에 다니러 와 있었으므로 그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브렌다가 아깝죠. 하지만 이제 브렌다에게는 도망칠 기운이 없을 거예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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