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72번.
유럽 고전들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해낸 6편의 희곡과, 패러디로 인간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7편의 서사시가 수록된 작품집입니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를 일컬어 막심 고리키는 "푸슈킨은 근원 중의 근원이다." 라고 언급합니다.
【 보리스 고두노프 】 - 보리스는 권력을 위해 황제를 살해하지만, 옥좌에 오르기를 사양합니다. 백성들이 그에게 옥좌에 오를 것을 애원하게 만들어 정당하게 추대되기 위해서입니다.
* 명성 높고 열정적인 삶의 떠오름은 그 얼마나 선명하게 빛났던가. (···)모든 것이 내 편이로다. 사람도, 운명도······.
* 나는 분명 겁쟁이로 태어나지는 않았다. 죽음을 바로 내 앞에 보았고 죽음 앞에서도 내 가슴 떨리지 않았다. (···)이 억제할 수 없는 떨림은 무엇을 뜻하는가? 혹 긴장된 욕망에서 비롯된 떨림일까? 아니, 이것은 공포로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 「파우스트」의 한 장면 】 -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권태라는 문제를 주목해낸 작품입니다.
* 이성을 가진 동물은 모두 권태를 느끼는 법이니. 혹자는 한가해서, 혹자는 분주해서 권태로워하네. 믿음을 가진 사람도,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도. 즐길 수 없었던 사람도, 도가 지나치게 즐긴 사람도. 모두가 하품하며 살고 있고 무덤은 너희 모두를 하품하며 기다리고 있지.
* 모든 것이 허사로다! 자넨 영광을 원했고 영광을 얻었도다. 사랑하길 원했고 사랑을 했도다. 자넨 삶으로부터 가능한 공물은 다 취했는데 자네 행복했던가?
【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 모차르트의 죽음에 관한 살리에리의 말과, 모차르트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들, 그 외 다수의 문학 작품들을 응축시켜 완성한 작품입니다.
* 밤낮으로 그 검은 사람이 내게 평안을 주지 않네. 어딜 가나 그림자처럼 그가 나를 쫓네. 지금도 여기에 그가 제삼자로 우리와 함께 앉아 있는 것 같네. (···)그런데 천재와 악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두 가지지. 그렇지 않나?
* 선택된 자는 정말 소수지. 한가한 운 좋은 사람들이야. 경멸스러운 유용성을 무시하고 오직 아름다운 것 하나만을 섬기니. 그렇지 않나?
【 폴타바 】 - 역사적 사건인 폴타바 전투를 재현해낸 작품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통치자 마제파, 그를 사랑한 마리야, 마리야를 숭배하던 카자크 젊은이는 열정으로 인해 모두 파멸하고 맙니다.
* 젊은 심장은 순간적으로 불타다 꺼지지. 그 속에 사랑은 지나가고 다시 또 오지. 그 속의 감정은 매일 달라지지. 오랜 세월에 굳어진 늙은 심장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열정의 불이 타오르지 않지. 늙은 심장은 줄기차게 천천히 열정의 불 속에서 담금질되지. 하나 늦은 열정은 차가워질 줄 모르지. 생명이 끝날 때만이 늙은 심장을 떠나지.
* 별이 빛나고 달이 뜨는 밤에, 오, 누가 그리도 밤늦게 말달리는가? 드넓은 초원에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말은 누구의 것인가?
* 이승에서 세 가지 보물이 내게 기쁨이었다. 첫 번째 보물은 내 명예였는데 고문이 이 보물을 앗아 갔다. 되돌릴 수 없는 또 다른 보물은 내 사랑하는 딸의 명예였다. (···)마제파가 이 보물을 앗아 갔다. 하나 마지막 보물을 나는 간직하였다. 내 세 번째 보물은 신성한 복수를 신에게 바치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 백 년이 지났다. 이 힘세고 자신만만하고 그토록 의지에 의해 열정으로 가득 찼던 남자들로부터 지금 대체 무엇이 남았나? 그들의 세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노고와 재앙과 승리의 피 묻은 흔적도 사라졌다.
【 안젤로 】- 작가가 셰익스피어의 「말은 말로 되는 되로」를 번역하다 탄생한 서사시로, 인간이 스스로 설정한 절대적 원칙(규범, 법, 관습)의 허구성을 담아냅니다.
* 이제 죄악을 겁줄 때가 되었소. 문란한 백성들 간에 관습이 이미 권리로 변해 버려서 하품하는 사자 주위의 쥐들처럼 죄악이 법 주위를 마음대로 활개 치오. 법은 마침내 새들이 올라앉게 되는 걸레 조각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될 수는 없소.
* 법은 죽지 않았고 다만 졸고 있었을 뿐이오. 이제 깨어났소.
* 세상은 아름답고 삶은 소중해. (···)지상의 삶은 아파도, 가난해도, 슬퍼도, 늙어도, 갇혀 있어도······ 무덤 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에 비하면 천국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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