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고-<분노의 포도1>

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74번.

by 이태연
















미국의 대공황 시대 경제적 붕괴로 인한 대량 실업, 소작농들의 가난한 삶, 약속의 땅을 향한 이주민들의 애환 등을 포착해낸 작품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생생하게 지켜본 작가가 한 농가의 이야기로 담아낸 이 소설은, 1940년 영화로도 제작되어집니다.



<< 작가의 시선 >> - 살인죄로 복역하다 가석방된 톰 조드는 지인인 전직 목사 케이시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빈곤 속에서 허덕이던 톰 조드의 가족은 기대감에 부풀어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형과 임신한 여동생 남편이 사라져버리고,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등 여정은 배고픔과 고난의 연속입니다.


* 난 오로지 사람들을 사랑할 뿐이야. (···)어쩌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커다란 영혼을 갖고 있어서 모두가 그 영혼의 일부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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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자기가 기르지도 않은 곡식으로 만들어진 빵을 먹으며 아무런 교감도 느끼지 못했다. 땅은 쇠뭉치 밑에서 열매를 맺고, 쇠뭉치 밑에서 점점 죽어 갔다. 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증오하는 사람도 없고, 땅을 위한 기도도 저주도 없었기 때문에.


* 소작인은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열었다. "참, 웃기는 일이구먼. 사람이 땅뙈기라도 조금 갖고 있으면, 그 땅이 바로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일부고, 그 사람을 닮아가는 법인데. (···)하지만 사람이 땅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땅을 직접 보지 않거나, 시간이 없어서 땅을 손으로 만져 보지 못하거나, 땅 위를 걸어 볼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작아져. 그냥 재산이 많을 뿐이지. 그 사람은 땅의 하인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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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버리고 어떻게 살 수 있겠어? 과거가 사라져 버렸는데 이게 바로 우리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그들은 자리에 앉아 물건들을 바라보며 기억 속에 그 모습을 새겼다. 문밖에 어떤 땅이 있는지 모르는 건 어떤 기분일까? (···)갑자기 그들은 불안해졌다. 빨리 떠나야 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 "여긴 내 고향이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사람이 누울 자리도 없을 만큼 오렌지랑 포도가 많다고 해도 나랑은 상관없어. 난 안 간다."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 짐 위에 올라탄 사람들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집과 헛간, 그리고 아직도 굴뚝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 연기가 보였다. 아침의 첫 햇살을 받아 창문이 붉게 물들었다. (···)트럭은 흙먼지 속에서 고속도로를 향해, 서부를 향해 느릿느릿 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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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번 고속도로는 이주자들의 도로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길이다. 흙먼지와 점점 좁아지는 땅, 천둥 같은 소리를 내는 트랙터와 땅에 대한 소유권을 마음대로 주장할 수 없게 된 현실, (···) 66번 도로는 이 작은 지류들의 어머니며 도망치는 사람들의 길이다.


* 여긴 자유로운 나라예요. 그럼 뭐 자유를 조금 얻으려고 해 보쇼. 사람들 말로는 자유도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고 하던데.


* 25만 명의 사람들이 길 위에 있다. (···)길가에는 망가져서 버려진 차들이 늘어서 있다. 아니, 어쩌다 저렇게 된 거지? 저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걸어갔을까? 지금 어디 있을까? 어디서 그럴 용기가 난 거지? 그 무서운 믿음이 어디서 생긴 거지? (···)등 뒤의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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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재빨리 말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게 되는 삶은 하나뿐이야. (···)난 그냥 지금 이 길만 생각해. 그리고 식구들이 언제쯤 돼지 뼈를 더 먹겠다고 할지, 그런 것만 생각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더 이상은 할 수 없어. 내가 그 이상 뭘 하려고 하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될 거야."


* 아버지가 말했다. "우린 깨끗하게 살았어. 욕먹을 짓은 한 적 없다. 값을 치를 수 없는 물건을 억지로 뺏은 적도 없고, 남의 적선을 바란 적도 없어. 톰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우리는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있었다. 톰은 누구나 할 만한 일을 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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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굶주림, 기쁨과 안정된 삶에 대한 굶주림, 이것이 수백만 배로 늘어났다. 몸과 마음은 성장하고 일하고 창조하고 싶어 안달하고, 그 열망이 수백만 배로 늘어났다. (···)일하고 싶어 안달하는 몸과 단 한 사람의 욕구 충족 이상의 목적을 위해 창조하고 싶어 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 톰이 소리쳤다. (···)"전 그냥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 포도원, 과수원, 크고 평평하며 초록색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계곡,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 농가들. (···)멀리 보이는 도시들, 과수원 지대의 작은 마을들, 계곡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아침 햇살, (···)"여기가 캘리포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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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케이시의 말 >> - 전직 목사로 톰 조드의 철학적 신념에 영향을 주는 인물입니다.


* 어디 한군데에 익숙해지면 떠나기가 어렵지. 한 가지 생각에 익숙해져도 떠나기가 힘들어. 난이제 목사가 아닌데도 항상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고 있다네.


* 여기 이 노인은 한 생애를 살고 이제 막 그 삶에서 벗어나셨습니다. 이분이 좋은 사람이었는지 나쁜 사람이었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분이 살아 있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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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어.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도 안 하고. 하지만 다들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똑같은 방향으로.


* 자기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100만 에이커를 가져도 부자가 됐다는 생각이 안 들 겁니다. 그러니 자기가 무슨 짓을 해도 부자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없어서 실망한 건지도 모르죠.


* 이건 확실히 압니다.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난 행운이나 불운 같은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확신하는 건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권리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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