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75번.
20세기 초 미국의 화려함 뒤에 상존해있던 혜택 받지 못한 가난한 자들의 좌절과 분노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인간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담아낸 이 소설에 대해 타임지는 "거칠고 완고하면서도 부드럽고 드라마틱한 존 스타인벡 최고의 작품.'이라고 언급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지주의 탄압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가족을 지켜보며, 톰은 타인에 대한 사랑을 알아가며 성숙해져갑니다. 그러나 노동자 파업을 막던 케이시를 죽인 감시인을 삽으로 내리친 후, 주동자로 몰려 가족을 떠납니다. 홍수로 모든 것을 잃은 톰의 가족은 어느 헛간에서 굶어죽어가는 노인을 만납니다. 아이를 사산했던 톰의 여동생 로저샨은 노인에게 자신의 젖을 물립니다.
* 지주들이 더 이상 농장에서 일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그들은 서류로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그들은 땅의 냄새와 느낌을 잊어버렸다. 다만 자신들이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땅을 통해 자신들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만 기억할 뿐이었다.
* 사람들에게서 일을 빼앗아 버린 트랙터, 짐을 운반하는 순환선, 물건을 생산하는 기계, 이 모든 것들이 점점 증가했다. 그래서 고속도로 위에서 허둥거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대지주들에게서 빵 부스러기나마 얻어먹을 수 있는 길을 찾아 헤매며 길가에 널려 있는 땅을 갈망했다.
* "10센트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옥수수 죽을 사 먹일 수 있다면? 5센트만 있어도 아이들에게 뭐든 사 줄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100명이나 돼요. 그럴 때 그냥 5센트만 주겠다고 한다면? 다들 그 5센트 때문에 아귀다툼을 벌이겠죠." (···)자그마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제 서부 전역에서 유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허둥지둥 돌아다녔다.
* 이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서부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배를 곯은 적이 없는 사람들은 배고픈 자의 눈을 처음으로 보았다. (···)놈들은 소유권이라는 걸 전혀 몰라. 마지막 얘기는 사실이었다. 재산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재산을 가진 사람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 일자리가 하나 생기면 열 명이 그 자리를 잡으려고 싸웠다. 낮은 품삯을 무기로 싸웠다. 저 사람이 30센트를 받는다면, 나는 25센트만 받겠다는 식이었다. (···)대지주들은 기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더 많은 전단지를 뿌렸다. 그래서 품삯은 내려가고 물가는 계속 높았다.
* 도로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살인이라도 저지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업들, 은행들도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대기업들은 굶주림과 분노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몰랐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움직이며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아버지가 말했다. "변화가 다가오고 있어. 어떤 변화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 변화를 보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분명히 변화가 오고 있어. 뭔가가 들떠 있는 느낌이야. 사람들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는 거야."
* 사람들이 강에 버려진 감자를 건지려고 그물을 가지고 오면 경비들이 그들을 막는다. 사람들이 버려진 오렌지를 주우려고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몰고 오지만, 오렌지에는 이미 휘발유가 뿌려져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 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 간다.
* "어머니. 그동안 생각을 아주 많이 해 봤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돼지처럼 사는 거. 좋은 땅이 그냥 놀고 있는 거. 어떤 사람은 100만 에이커나 되는 땅을 갖고 있는데 수십만 명이나 되는 훌륭한 농부들은 굶주리고 있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부 힘을 합쳐서 소리를 지른다면," (···)두 사람은 칠흑처럼 어두운 굴 속에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이제 네 소식을 어떻게 듣지? 놈들이 널 죽여도 내가 모를 텐데. 놈들이 널 해칠 수도 있는데, 네 소식을 어떻게 듣지?"
* 톰이 불편한 웃음을 터뜨렸다. "뭐, 케이시 말처럼, 사람은 자기만의 영혼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커다란 영혼의 한 조각인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문제 될 게 없죠. 저는 어둠 속에서 어디나 있는 존재가 되니까. 저는 사방에 있을 거예요. 어머니가 어디를 보시든. 배고픈 사람들이 먹을 걸 달라고 싸움을 벌이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우리 식구들이 스스로 가꾼 음식을 먹고 스스로 지은 집에서 살 때도, 저는 거기 있을 거예요. 아시겠어요?"
* 수척한 남자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이가 다시 어머니 옆으로 와서 말했다. (···)"어젯밤에 제가 나가서 창문을 부수고 빵을 좀 훔쳐왔어요. 그걸 아버지한테 억지로 먹였는데, 전부 토해 버렸어요. 그러고는 더 약해지신 거예요. 스프나 우유가 있어야 하는데, 우유 살 돈 좀 있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쉬, 걱정 마라. 우리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갑자기 아이가 소리쳤다. "저러다 우리 아버지 죽는단 말이에요! 굶어 죽어요."
*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그래 줄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어!" (···)샤론의 로즈는 빗소리가 작게 들리는 헛간에서 잠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지친 몸을 힘겹게 일으켜 이불을 여몄다. 그녀는 천천히 구석으로 가서 남자의 쇠잔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그 옆에 누웠다. 남자가 느릿느릿 고개를 저었다. 샤론의 로즈는 이불 한쪽을 열고 자신의 가슴을 드러냈다. "드셔야 해요."
<< 어머니의 말 >> - 톰 조드의 어머니로 가족에게 어려운 고난이 닥칠때마다 의연하게 대처해냅니다. 가족 전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통합될 수 있도록 단단한 뿌리 역할을 해주는 인물입니다.
* 고기 40센트, 빵 15센트, 감자 25센트. 이러면 80센트예요. 커피는 얼마죠? (···)식구 일곱 명이 일해서 저녁 식사 한 끼를 번 거예요.
* 우리는 죽지 않아. 사람들은 나아가는 거야. 조금씩 변화한다 해도, 우리는 계속 나아가는 거야.
* 남자들은 단계별로 인생을 살아요. (···)하지만 여자들에게 삶은 전부 하나의 흐름이에요. 개울처럼, 소용돌이처럼, 폭포처럼, 강처럼 그냥 계속 흐르죠. 여자들이 보는 인생은 그래요. 우린 그냥 죽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삶은 계속되는 거예요."
*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내가 보기에는 그냥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이루어지는 일 같아요. (···)심지어 배가 고파지는 것조차······ 병이 드는 것조차, 죽는 사람도 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 강해지죠.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애쓰는 거예요.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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