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입니다-<인생의 베일>

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37번.

by 이태연


















단테의 「신곡」 연옥편에 나오는 피아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창조해 낸 작품입니다. 작가는 흡인력 있는 줄거리 안에, 인간에 대한 아이러니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냅니다.



<< 작가의 시선 >> - 도피하듯 세균학자인 월터와 결혼한 아름다운 키티는, 지루한 결혼 생활에 유부남 찰스와 사랑에 빠집니다. 불륜이 드러나자 찰스는 키티를 배신하고, 월터는 키티를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으로 데려갑니다.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키티는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갑니다. 여전히 키티를 사랑하는 월터는 그녀가 찰스의 아이를 임신하자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합니다.


* 그녀는 그를 단 1분 1초도 사랑한 적이 없었음을, 단 하루도 그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음을 유사시 다 털어놓을 작정이었다. (···)그녀는 그가 구역질 났다.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도록 놔둬야 하다니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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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1년 동안 연인이었고 난 그게 자랑스러워요. 그는 내게 이 세상 전부를 의미해요. 결국 당신이 알게 되서 다행이군요. 우린 비밀과 타협과 그 모든 것에 신물이 나던 참이에요. 내가 당신과 결혼한 건 실수였어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바보였어. 난 당신을 사랑한 적 없어."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는 말했다. "나는 당신에 대한 환상이 없어.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나는 내 사랑으로 당신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 (···)키티는 평생을 칭찬에만 길들었을 뿐 한 번도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가슴속에서 맹목적인 분노가 두려움을 몰아내며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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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그녀는 참고 때를 기다리면 머지않아 월터가 그녀를 용서하리라고 생각했다. (···)그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는 약자이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 그의 목소리가 매우 차가웠다. "내가 불행하다니 착각이야. 당신 생각을 자주 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아." (···)"나를 경멸하나요, 월터?" "아니." 망설이는 그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나 자신을 경멸해."


* "난 내가 아닌 존재인 척하면서 당신을 속이려고 한 적 없어요. 난 그냥 예쁘고 명랑해요. 장터 노점에서 진주 목걸이나 담비 외투를 찾지 마요. 주석 트럼펫이나 장난감 풍선을 찾으라고요." "난 당신을 비난하지 않아." (···)그의 영혼은 갈가리 찢겼다. 그가 잘 버텨 왔다는 것은 모두 위장이었다. 진실이 그것을 산산이 부숴 놓았을 때 그는 현실 자체가 산산조각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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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티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눈물을 쏟는 것밖에 할 일이 없던 그녀가, 놀랍게도 일말의 혼란스러움 없이 이런저런 일에 웃음을 터트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끔찍한 전염병의 한가운데서도 살아가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쪽저쪽에서 죽어 가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찰스 타운센드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꿈을 꾸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젠 찰스를 생각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아. 아, 이 평안과 자유스러움이여! (···)이제 와서 차분히 그를 평가해 보니 그에게서 무얼 보았던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자유, 자유, 마침내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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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를 가졌어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아이 아버지인가?"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목소리에 파르르 떨리는 전율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일말의 감정의 동요도 허락하지 않는 그의 냉철한 자제력이 그토록 흔들리다니 두려운 일이었다.


* 모퉁이 하나만 돌면 죽음이란 놈이 감자를 땅에서 캐내듯 인명을 앗아 가며 활개를 치는 이때에 누가 몸뚱이를 더럽혔네 어쩌네 하는 것에 신경을 쓰다니 바보 같은 짓이었다. 찰스가 그녀에게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그에게 납득시킬 수만 있다면!


* "우리에게 마음이 있다는 게 대단한 불행이군요." 키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장 수녀는 다시 한번 초연하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마음을 얻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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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 불멸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물었다. (···)"내가 겁에 질렸던 건 그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조금도 인간처럼 보지이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는 그저 죽은 동물이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월터도 마찬가지로 멈춰 버린 기계와 너무나 흡사했죠. 그게 너무나 두려워요. (···)사람들은 무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거예요. 속아 넘어가는 거죠, 얼간이들처럼."


* 위딩턴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 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그린 그림, 그들이 지은 음악,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엮은 삶, 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 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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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 수녀가 그녀를 팔에 안고 입 맞추는 바람에 키티는 깜짝 놀랐다.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의무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랑과 의무가 하나면 은총이 당신 안에 머물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모든 이해를 초월하는 행복을 맛볼 겁니다." 수녀원 문이 마지막으로 그녀 뒤에서 닫혔다.


* 그녀는 월터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한 적도 없었다. 그래도 슬픔에 젖는 것이 그녀에게 합당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가면을 쓰기에 그녀는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녀가 깨달은 것은 남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때론 필요하지만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위는 언제나 비열한 짓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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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위협적인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그녀를 땅으로 끌어내렸던 사랑으로부터의 자유, 모든 정신적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유체 이탈된 한 영혼의 자유, 그리고 자유, 용기, 무슨 일이 생기든 개의치 않는 싹싹함이 그녀와 함께했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 그녀가 저지른 잘못과 어리석은 짓들과 그녀가 겪은 불행이 아마도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희미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는 그녀 앞에 놓인 그 길을 따라간다면, (···)평화로 이어지는 그 길을 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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