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것은 많지 않아요 -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25번.

by 이태연



이 책은 5일 동안의 여행기입니다. 한 남자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저자 엘리오 비토리니는 49장의 챕터로 나눠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살려냅니다. 마치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네요. 작가는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이 자서전의 인물이 아닌 것처럼, 시칠리아는 단지 우연히 시칠리아일 뿐이다." 라는 에필로그를 추가합니다.



<< 실베스트로의 말 >> - 주인공으로 인쇄소 직원입니다. 열 다섯살에 시칠리아를 떠난 후 더이상 찾지 않았네요. 그러나 자신은 다른 여자와 떠났으니 어머니에게 가 보라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15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게 됩니다.



* 희망 없음 속의 침묵, 그건 무서운 것이었다. (중략) 나는 평온했다. 나는 마치 단 하루도 살아 보지 않은 것 같았고,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할 말도 없고, 들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고, 받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 나는 만족했다. (중략) 아직 내 여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곳에 있다는 사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아직 내 여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아니 어쩌면 이제 막 여행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기억과 무엇인가 더해진 시간, 햇살, 추위, 부엌 한가운데의 청동 화로, 내 의식 속에서 지금 내가 이 세상의 그 지점에 있다는 것, 모든 것이 그랬다. 그 모든 것은 두 번 현실적이었다. (중략) 시칠리아 전체가 온통 두 번 현실적이었으며 , 그것은 4차원으로의 여행이었다.




두오모 성당




* 책이란, 사전이든 낡은 문법책이든, 무엇인가 될 수 있다.



* 한 사람은 웃고, 다른 한 사람은 운다. 둘 다 모두 사람이다. 웃는 사람도 아픈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웃는 것은, 다른 사람이 울기 '때문'이다.



* 나는 희망 없음 속의 나의 평온함으로부터 여행을 했고, 아직도 여행 중이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대화였으며, 현재와 과거, 기억과 환상이었으며, 나를 위한 삶은 아니지만,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나는 돌담에 몸을 기댔고, 나의 아버지를, 멕베스도 아니고, 왕도 아닌, 파란 눈의 피곤한 아버지를 생각했다.



* 어떤 사람은 비참함 속에서 어린애처럼 소리를 지를 수 있으며, 그래서 더 사람다울 수 있었다.



* 종이와 바람만을 원하는 소년은, 단지 연을 날리는 것만 필요하다. 밖으로 나가 연을 뛰운다. 연은 소년에게서 솟아나는 함성이며, 소년은 보이지 않는 긴 실을 통해 그것을 하늘로 날리고, 그리하여 소년의 믿음은 확신을 먹고, 확신을 찬양한다. 하지만 나중에 그 확신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은 나중에 세상에 가해진 모욕들을 알고, 사악함과 예속, 사람들 사이의 불의, 인류와 세상에 거스르는 지상적 삶의 모욕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자문한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두오모 성당



* 얼음 같은 산들 속에서 시칠리아는 차가운 잿빛 안개 속에 휩싸여 있었다.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고,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밤의 평온함도 없고, 잠도 없는 밤이었다.



* 시칠리아 여행은 이미 끝났지만, 나는 어머니를 위해 무엇인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늙어 버린 사랑스러운 여인, 행복한 어머니! (중략) 모든 여자가 그러하듯, 어머니가 집안일들 속에 고립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어머니의 외로움에, 나의 외로움에, 내 아버지의 외로움에, 전쟁터에서 죽은 내 동생의 외로움에 몸이 떨렸다.



* 어머니는 모포에 둘러싸인 채, 자신의 물건들 사이에서, 그 각각의 물건처럼 세월로 가득 차 있었고, 지나간 인류, 어린 시절과 그 이후, 역사를 넘어선 남자들과 자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계속할 것이며, 여전히 화로에다 청어들을 구울 것이며, 발에는 아버지의 신발을 신고 있을 것이다.



* 나는 절대로 어느 누구 때문에, 시칠리아와 그 나머지 것들 때문에, 세상 때문에 울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작별했다. …기억하는 것을 끝마쳤다. 나는 우는 것을 그쳤다.




두오모 성당



<< 롬바르디아 거인의 말 >> -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평온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 언제나 무엇인가 다른 것, 더 나은 것을 바라면서, 또 언제나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지면서… 언제나 절망하지요. 언제나 패배하지요…. 그리고 언제나 삶을 벗어 버리고 싶은 유혹을 몸에 간직하고 있어요



* 누군가 스스로를 포기할 때, 어떻게 하지요? 끝났다고 자포자기할 때, 어떻게 하지요?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하지요…. 그런 사람이 거의 모두 시칠리아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 인간은 다른 것을 위해 성숙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훔치지 않고, 죽이지 않고, 또 착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오…. 인간은 다른 것을 위해, 다른 새로운 의무들을 위해 성숙한다고 생각해요.



* 우리는 여전히 불행하지요, 나는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낡은 의무들, 너무나도 낡아 너무나도 손쉬운 의무들이, 우리 의식에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지요….




BOSS


<< 칼갈이의 말 >> - 낡은 허수아비 모자를 쓴 호감형 젊은이로 숫돌에 칼을 갈아 줍니다.



* 가치 있는 것은 많지 않아요.



*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 묻지요. 당신들은 나에게 무엇을 갈라고 줍니까? 당신들은 장검을 주지 않아요? 당신들은 대포를 주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그들의 얼굴을, 눈을 바라보지요. 내가 보기에, 그들이 나에게 주는 것은 못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들입니다. (중략) 때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갈아야 할 이빨과 발톱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나는 그것들을 독사의 이빨처럼, 표범의 발톱처럼 갈아 줄 거요….



* 때때로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모욕과, 세상의 사소함을 혼동하기도 하지요.



* 그가 괴로워하는 것은, 모욕당한 세상의 고통 때문이지, 자기 자신 때문이 아니야.



* 사소함이란 사소함일 뿐이야. 세상이라는 둘레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난일 뿐이야! 누구든지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조그마한 장난을 하고, 돌멩이를 던지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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