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고 키나 잡아 - <노인과 바다>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78번.

by 이태연



<<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시선 >> - 플리처상 수상작입니다. 쿠바인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가 경험한 이야기(53일 동안이나 고기를 잡지 못 하다가 커다란 물고기 여섯 마리를 잡아 오던 길에 상어들을 만나 모두 잃고 돌아오게 되었다)가 모티프가 되었다네요. 이 소설의 배경인 코히마르는 한적한 어촌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고 합니다.




* 사십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그에게 이제 노인이 누가 뭐래도 틀림없이 '살라오'가 되었다고 말했다. '살라오'란 스페인 말로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 노인의 꿈에는 이제 폭풍우도, 여자도, 큰 사건도, 큰 고기도, 싸움도, 힘겨루기도, 그리고 죽은 아내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러 지역과 해안에 나타나는 사자들 꿈만 꿀 뿐이었다.


*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설령 바다가 무섭게 굴거나 재앙을 끼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헤밍웨이의 낚시 친구. 그레고리오 푸엔테스




* 네 시간이 지나도록 고기는 여전히 배를 끌면서 먼 바다로 헤엄쳐 나가고 있었고, 노인은 여전히 낚싯줄을 등에 감은 채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중략) 돛대 받침에서 뽑아 놓은 돛대와 돛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참고 견디려고 할 뿐이었다.


* 실질적인 것이 아니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 노인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홀로 고독하게 있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러나 깊고 어두컴컴한 물 속에서 프리즘이 보였고, 앞쪽으로 곧바로 뻗어 나간 낚싯줄이며 잔잔한 바다의 이상야릇한 파동이 보였다. (중략) 물오리 떼가 바다 위 하늘에 새겨 놓은 듯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흩어지고 다시 나타나면서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도 바다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매 순간이 새로운 순간이었고, 그것을 입증할 때 그는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 노인은 낚싯줄을 놓고 한쪽 발로 그것을 딛고 서서 작살을 힘껏 높이 치켜들었다가 마지막 힘을 다해,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의 가슴 높이까지 솟아오른 고기의 가슴지느러미 바로 뒤쪽 옆구리에 콱 꽂았다.




아침을 향해 일렁이다




* 그는 상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고기를 힐끗 바라보았다. 차라리 꿈이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 노인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죽은 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손바닥을 만져 보았다. 손은 죽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두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 행운의 여신이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법인데 누가 그것을 알아 본단 말인가?


* 노인은 상어 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키 잡는 일에만 집중했다.


* 한 여자가 문득 끄트머리에 거대한 꼬리가 달린 길고 엄청난 흰 등뼈를 발견했다. 동풍이 항구 밖에서 줄곧 거센 파도를 일으키며 불고 있는 동안 그 등뼈는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채 조류에 휩쓸려 흔들리고 있었다.




아침을 향해 떠오르다




<< 노인, 산티아고의 말 >> - 젊었을 땐 팔씨름에서 진 적이 없고, 신문도 야구 기사만 읽고,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83일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하지만 변함없이 바다로 나가는 의지의 사나이입니다. 결국 어마어마하게 큰 고기를 잡는데 성공하게 되죠. 그러나 집으로 오는 동안 상어들이 다 뜯어먹어버려 고기는 뼈대만 남고 맙니다.



* 내가 말이다. 내장을 빼고도 450킬로그램이 넘는 큰 고기를 잡아 가지고 돌아오는 걸 보고 싶지 않니?


*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도와줄 수도 있고, 이걸 구경할 수도 있을 텐데.


* 고기야! (중략) 난 죽을 때까지 너랑 같이 있을 테다.


* 여보게, 고기 양반, 그래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나는 기분이 좋다네. 왼손도 많이 좋아졌어. 오늘 밤과 내일 낮 동안의 식량도 갖추고 있지. 자, 친구, 어디 배나 끌어 보시지.


* 저런 고기는 여태껏 본 적도, 들는 적도 없어. 하지만 나는 저놈을 죽여야만 해. 하지만 별들은 죽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지 뭐야.


* 사람은 바다에선 길을 잃는 일이 없지.




마침내 아침 바다



*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이 늙은이야, 뭔가 좀 유쾌한 일을 생각해 봐. 이제는 시시각각 집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고기 무게가 30킬로그램이 줄어 배는 그만큼 가볍게 달리고 있고 말이야.


* 네가 그 고기를 죽인 것은 다만 먹고살기 위해서, 또는 식량으로 팔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어,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어부이기 때문에 그 녀석을 죽인 거야. 너는 녀석이 아직 살아 있을 때도 사랑했고, 또 녀석이 죽은 뒤에도 사랑했지.


* 지금은 갖고 오지 않은 물건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지금 갖고 있는 물건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나 잡아. 이제부터라도 행운이 찾아올지 어떻게 알아. (중략)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중략)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넌 바다에서 보낸 여든 날하고도 나흘로 그것을 사려고 했어. 상대방도 네게 그걸 거의 팔아 줄 듯했잖아.



<< 소년 마놀린의 말 >> - 자신의 멘토인 산티아고에게 음식과 옷, 낚시 도구나 미끼를 잡아다 주기도 하죠. 산티아고도 망망대해에서 친구같은 소년 마놀린을 그리워합니다.


* 할아버지는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에요. 고기한테 지신 게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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