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 <오만과 편견>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88번.

by 이태연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소설 쓰기를 "섬세한 붓으로 2인치의 상아에 작업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작품이 200여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로,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여자가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하는 '신데렐라적인 플롯'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남녀 주인공의 결혼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동등한 파트너의 관계로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말 >> - 베넷가의 둘째딸이죠. 예리하고 독립적이며, 가식과 부당한 편견을 싫어합니다.


* 대부분의 경우 애정이라는 감정에는 감사하는 마음이나 허영심이 상당 부분 끼어들어가기 때문에, 애정이 혼자 크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안전하지 못해. 모두들 시작은 별 부담 없이 하지. 약간은 호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러나 그 호감이 전혀 북돋워지지 않는데도 진정한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우리 가운데 별로 없을 거야.

* 겸손한 척 하는 것보다 더 기만적인 것도 없죠. 겉보기엔 겸손해 보이는 것도 때론 단지 무성의일 뿐이거나, 혹은 간접적인 자기 과시이기도 하니까.



솔비치 삼척




* 결혼에 있어서 돈만 밝히는 것과 신중한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신중함이 끝나는 지점은 어디고 탐욕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딘가요?


* 제게는 고집이 있어서 누가 겁주려고 하는 건 못 참거든요. 누가 위협을 하면 할수록 용기가 솟아나오곤 한답니다.


* 그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고, 다른 한 사람은 특별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난 두 사람에 관해서는 선입관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쫒아낸 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 난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거야.


* 어떻게 해도 둘 다 좋은 사람이 되게 할 수는 없을 거야. 선택을 해야 해. 한 사람한테만 만족할 수밖에 없어. 두 사람 사이에는 꼭 그만한 분량의 미덕만 있어. 한 사람만 좋은 사람이 될 만큼만 말이야




마라도 성당



<< 다아시의 말 >> - 부유한 상류층 청년이죠. 처음에 엘리자베스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보이지만, 차츰 그녀를 위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나갑니다.


* 저도 물론 결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지적인 능력과 관계된 건 아니기를 바란다는 거죠. 제 성격에 대해서는 저도 감히 좋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너무 고집이 세니까요. 적어도 세상을 살아가기에 불편할 만큼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결점, 저한테 잘못한 것 따위는 빨리 잊는 게 좋은데 그러지를 못하지요. 제 감정은 쉽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자신의 견해를 절대 바꾸지 않는 사람들은 처음에 판단을 잘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지요.


* 당신은 시간을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했던 거지요. 당신의 연주를 듣는 특전을 얻은 사람치고 누구도 그 연주에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당신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지 않고, 나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거죠.


* 당신은 '좀 더 신사다운 태도를 보이셨더라면' 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얼마나 저를 괴롭혔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아마 상상조차 못하셨을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 말씀이 옳다는 것을 시인할 정도로 사리분별이 생긴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지만요.


* 평생토록 저는 원칙에서는 아닐지라도 현실에서는 이기적인 인간이었어요. (중략) 훌륭한 원칙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만과 자만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실행했지요


* 제 진짜 목적은 당신을 보고, 당신의 사랑을 바랄 수는 있는지 판단해 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라도 교회



<< 메리의 말 >> - 베넷집안의 다섯 딸 중 셋째입니다. 책과 연주를 좋아하는 똑소리나는 아가씨이죠.



*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큰 결함이야.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제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제인이 내일 그분과 결혼해서 행복해질 확률이나 열두 달 동안 그분 성격을 연구한 뒤에 결혼해서 행복해질 확률이나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해. 결혼에서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려 있어. 서로의 취향을 아주 잘 알거나, 혹은 서로 아주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둘의 행복이 더 커지는 건 결코 아니야. 취향이란 건 계속 변하게 마련이라 나중엔 누구든 짜증이 날 만큼 달라지게 마련이야.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의 결점은 될수록 적게 아는 것이 더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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