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뜨겁고 강하다 - <내 이름은 빨강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51번.

by 이태연



형식이 독특한 포스트모던 소설입니다. 시체, 사람, 개, 나무, 금화, 색깔까지 각자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파트별로 이야기를 해 나가죠. 1591년 오스만 제국의 궁정화가 엘레강스가 우물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누가 엘레강스를 살해했는가?' 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물입니다. 그리고 이국적인 터키의 문화와 오스만 제국 시절의 미술양식 등 회화적인 요소가 풍부한 역사물입니다.



<< 카라의 말 >> - 주인공입니다. 연인이었던 세큐레와 헤어졌다가, 궁정화가이자 이모부인 에니시테의 부탁을 받고 책을 만들기 위해 12년 만에 이스탄불로 돌아오게 되죠.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세큐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변함없음을 알게 됩니다.



* 그림, 그리고 행복. (중략) 한때 나는 이곳에서, 책과 연필과 그림들 속에서 지극히 행복했다. 그리고 사랑에 빠져 그만 이 '천국' 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걸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터키 문양



<< 에니시테의 말 >> - 세큐레의 아버지이자 카라의 이모부입니다. 원근법이 적용된 서양식 미술 양식을 받아들이는 궁정화가입니다. 술탄의 지시로 비밀리에 책을 만들지만, 자신의 화실에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 각각의 그림들은 하나의 이야기의 부분들이다. (중략) 그림은 이야기에 색채를 더해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가 없는 그림은 상상할 수도 없지.


* 다르게 그림을 그리는 게 곧 다르게 본다는 것을 뜻할까?


* 인간은 궁극적으로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아니더냐.


* 세밀화와 책을 좋아하는 통치자들은 우리 화가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들, 그들 자신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을 제작하게 함으로써 이미 이승에서의 불멸은 얻었거든. 하지만 늙고 보니 저 세상에서 좋은 자리를 얻는 데 그 그림들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세. 나를 가장 슬프게 하고 두렵게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라네.


* 절대적으로 순수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장정 예술의 걸작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들이란 언제나 이전까지 합쳐진 적이 없었던 두 가지 화풍이 결합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네.


*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책과 그림을 보면 볼수록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지.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 놓는다는 것 말이야.




유리 접시




* 우리는 두려워할 짓을 하지 않았으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지 돈에 대한 욕심이나 어떤 회의감만으로 밤마다 촛불 아래서 장님이 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림과 책에 몰두할 수는 없어. (중략) 사람들이 영감으로 가득한 우리의 그림을 보고 칭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강하지.


* 종국에는 우리의 화풍이 죽을 테고, 우리의 색은 빛이 바랠 걸세. 우리의 책과 그림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거야.


* 나는 너무나 두려워 울부짖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의 비명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초록색으로 칠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둠에 잠긴 텅 빈 골목에서는 아무도 이 색을 듣고 있지 않으며, 내가 정말로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중략) 그가 또다시 물감 병으로 내리쳤다. 내가 본 것들, 나의 기억들, 나의 눈 모두가 두려움이 되어 서로 뒤섞였다. 다른 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온통 빨간색투성이였다. 내 피라고 생각했던 것은 빨간 물감이었고 손에 묻은 물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내 피였다.


* 죽음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중략) 마침내 죽기 직전, 나는 스스로 죽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의 전 생애를 통해 머리를 쥐어짜고 수많은 책들을 뒤져서도 얻지 못했던 답, '어째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죽게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그러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더욱 해박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터키 문양




<< 황새의 말 >> - 엘레강스 살해범으로 지목된 궁정화가 3인방(황새, 올리브, 나비) 중 한 사람입니다.



* 어떤 그림의 주제가 사랑이라면 그 그림은 사랑으로 그려져야만 하네. 고통이라면 그림에서 그 고통이 묻어 나와야 하지. 그렇지만 그 고통은 그림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눈물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느껴지는 그림 내부의 조화에서 나와야 하네.



<< 에스테르의 말 >> - 방물장수 겸 중매쟁이로, 카라와 세큐레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바보들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 영리한 연인은 결코 서둘러 반응을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결론은, 서두르면 사랑의 열매가 늦게 맺는다는 거지요.


* 두 눈을 크게 뜨면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거예요. 걱정 마요.



<< 빨강의 말 >> - 정열적인 Red입니다.


*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나는 숨기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 (중략) 나를 보라.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를 보라.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다는 것은 곧 보는 것이다. 나는 사방에 있다. 삶은 내게서 시작되고 모든 것은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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