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가 수도원에 피정을 다녀온 후 제게 말했습니다. "명태, 고구마 순, 잡곡밥, 샐러드의 야채들이 이런 맛이구나 처음으로 알았어"
친구는 2박 3일 동안 핸드폰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도 이야기하지 않고 밥도 혼자 식탁에서 먹는 침묵 피정에 참가했었습니다. 침묵과 묵상의 고요함과 느림 가운데서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에 대한 알아차림"의 경험을 들려준 것입니다.
뭔가를 많이, 빨리, 그리고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한 세상입니다. 그것이 재능이고 능력이며 그 일들을 해낸 유능감이나 만족감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취에 대한 타인의 인정과 경제적 보상이 행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와 역할이 달라도 비슷한 원리가 작동합니다. 영리 조직의 리더이든 NGO의 팀장이든, 프리랜서 또는 전업으로 가정을 돌보는 사람이든 쉴 틈 없이 밀도 있게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갓생'이라고 동경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치지 않고 의미와 활력을 유지하며 우리의 길을 가려면 잠깐이라도 멈추고 깨어있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겨울에서 봄, 다시 여름으로 색깔을 달리하는 나뭇 가지들, 한철 피고 지는 길가의 꽃들, 가로수 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볕 무엇보다 내 마음이 어떤지 조심스럽게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잠깐의 멈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태도로 보이지만, 일상을 더 잘 살기 위해 여행을 떠나듯이 나를 알아차리는 멈춤은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나를 느끼고 알아차리는 경험들은 삶을 여유롭게 만들고 인생을 부유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 줍니다.
이런 멈춤은 조직의 리더들에게 필수적입니다. 주도적으로 사는 듯하지만 떠밀 리 듯 여기에 왔고 다시 또 다른 사람과 문제에 부딪히며 속도를 유지하며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커리어가 쌓여 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기까지의 이력이 다음 경력을 약속할 확률은 점점 줄어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전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우리는 행복이 아니라 부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오직 무언가를 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알아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인생이 지나가버린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