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늘 타이밍이 묘하다. 막 피기 전엔 꼭 비가 한 번 내리고, 만개한 순간에도 바람이 불어 꽃잎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결국,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지나고 나면 또다시 비가 내려 그 흔적을 지워버린다. 사람들은 그 비를 싫어한다. 괜히 기분이 흐려지고, 찰나의 아름다움이 금세 사라지는 것 같아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비가 있었기에 벚꽃은 더 선명해진다. 차가운 공기를 견디고, 비를 맞으며 버텨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 짧은 개화의 순간이 더 눈부신 것이다.
우리의 삶도 꼭 그렇다.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스스로를 혹사시킨다. 잠을 줄이고, 마음을 졸이고, 때로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인다. 그렇게 힘겹게 도달한 순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허탈함과 함께, 괜히 쏟아부은 노력들이 과장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별거 아닌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과정을 너무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뿐이다.
멀리서 보면 작은 꽃 한 송이도 장관이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 아무렇지 않게 해낸 노력들, 당연하게 여긴 버티는 시간들. 그것들은 누군가의 눈에는 충분히 대단하고, 충분히 멋진 이야기다.
벚꽃이 스스로를 보며 ‘이 정도면 별거 아니지’라고 생각할까.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고, 결국 피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 존재는 충분히 빛나고 있는데.
그러니 스스로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그 과정 속에서 견뎌낸 밤들,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온 모든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너를 만든다.
비가 내리는 날이 있다고 해서 꽃이 덜 아름다운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비 덕분에, 그 꽃은 더 깊은 이야기를 가지게 된다.
너도 그렇다.
지금까지 견뎌온 모든 시간들이 모여 이미 한 번, 아니 여러 번 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건 절대, 별거 아닌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