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군중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일지 모른다
홍대란 참으로 잔인한 곳이다.
아니, 어쩌면 삶 자체가 잔인한 것일까.
오늘 홍대 근처 카페에서 혼자 글을 쓰다
해가 기울 무렵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홍대 거리를 걷다 보면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관객들이 짝을 이루고
삼삼오오 모여 끊이지 않는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그 사이를 지나간다.
아무런 동요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분주한 거리를 걷고,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앞을 가득 채우며 지나가지만
나는 마치 안갯속을 걷는 것만 같다.
그들의 분주함에서 피어나는 열기는
내 온도를 흡수해버리고
그속에서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어쩌면 그들보다 온도가 낮은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 다른 것일까
구애하는 청년들과
구애받는 소녀들이 눈에 띈다
그들의 청춘은 바로 그곳에 있고,
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에 귀천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어설픈 고상함을 품고
그들의 방식을 어딘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 결국 나는
나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 보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사람인데 말이다
어쩌면 고귀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본능을 억누르고
더 나은 인간이 되려 하는 것,
아니 어쩌면
흔해 빠진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을 품는 것.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고
함부로 판단할 수도 없다
다만 그것이 이미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기에
나는 이 지독한 고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홍대 거리의 사람들은 나를 알지 못한다.
나 또한 그들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내가 살아 있다고,
나 역시 같은 거리를 걷고 있다고
아무리 외쳐 보아도
그것은 결국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그들에게 절대 닿을 수 없다.
어쩌면 홍대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리를 이루고, 서로를 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른다.
나는 늘 안갯속을 걷다가
그들과 다른 온도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어딘가에 섞여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면
나는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내가 여전히
고귀함이라는 환상을 붙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그저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나는 이미 벗어났을 것이다.
삶이란 참으로 잔인하다.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마치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잊혀질 수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게 만드니
그렇기에 쉽게 놓지 못하는 것이다
고독이란
어쩌면 말이다
군중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부여잡는 동아줄이 아닐까
그렇게 오늘도 나는 고독으로 존재를 지켜낸다
행여 지독한 외로움이 나를 방해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