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F&B중심 로컬 계정을 운영하며

(1) 로컬은 어렵다

by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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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학생이어서 할 수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사람 사는 이야기,

즉 인문학을 생활과 밀접하게 전하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인 문학을 살려서 사람과 공간, 지역적인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교내 영어회화 동아리에서 만난 언니와 함께 성북구를 큐레이션하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시작하게 됐다.


채널은 @seongbuk.tmi로, 성북구로 유입되는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성북구 사장님 인터뷰와 맛집·문화생활 정보를 전달하는 계정이다.


처음에는 '인터뷰한 내용과 메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서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운영해보니 로컬 콘텐츠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훨씬 좁은 세계였다.


현재까지 채널을 운영하며 19번의 회의를 했고, 60개가 넘는 게시물을 올렸고, 4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았다. 그리고 지금은 처음 두 명으로 시작했던 계정이 다섯 명의 팀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됐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에서 실제로 느꼈던 F&B 와 인터뷰 중심의 로컬 계정 운영 인사이트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로컬은 생각보다 훨씬 좁다]


처음에는 ‘성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스토리와, 메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카드뉴스 형태로 풀어내면 관심 있는 사람들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계정을 운영해보니 로컬 콘텐츠는 일반 맛집/인터뷰 콘텐츠와 구조가 달랐다.


맛집 콘텐츠는 지역 상관없이 소비되고 서울, 경기, 지방, 심지어 해외에서도 본다. 또한, 유명한 '하우머치'와 같은 인터뷰 콘텐츠도 다양한 연령대, 지역의 사람들에게서 소비된다.


하지만 로컬 콘텐츠는 정말 그 지역에서 생활하거나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


성북구 콘텐츠는 성북구에 사는 사람, 성북구 학교를 다니는 사람, 성북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만 실질적인 정보가 된다.


즉, 타깃이 명확한 만큼 도달 범위도 극단적으로 좁은 것 같다. 이게 로컬 콘텐츠의 첫 번째 한계라고 느껴졌다. 생각보다 유입이 느렸고 생각보다 확산도 느렸다.


대신 들어온 사람은 잘 안 나갔다. 계정을 항상 챙겨보는 사람, 쯕 성북구에 관심이 많은 일명 '찐팬'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존재한다.




[좋은 콘텐츠와 반응있는 콘텐츠는 차이가 있다]


계정 운영 약 3달차까지는 인터뷰 콘텐츠에 꽤 공을 들였다.


사장님의 가게 운영 이야기, 가게 상호명의 뜻, 메뉴에 담긴 의미 같은 것들을 카드뉴스에 담아내며

'이 정도면 사람 사는 이야기와 지역적 특색이 충분히 담겨 있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좋아요는 조금씩 모이는데 저장이나 공유는 거의 없었다.


반대로 단순 정보형 게시물, 예를 들면 '휘낭시에 맛집', '성북천 신상 카페' 등은 저장 횟수가 눈에 띄게 높았다.


이를 통해서 로컬 계정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 완성도가 아니라 정보의 실효성이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감성도 감성이지만, 실제 생활에 쓰기 위해 로컬 계정을 팔로우한다.




[결국 경험으로 모인다]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콘텐츠 중심은 자연스럽게 '특정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알려주는 게시물'로 모였다.


카페, 식당, 디저트, 문화 체험 공간과 같이 사람들은 어디서 먹고,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 맛집 소개보다 '중국음식 모음집', '다이어트 음식점 모음', '카공 모음집' 등과 같이 ‘주제별 모음집'이나 '성북구 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n가지'등의 게시물이 조회수가 훨씬 잘 나왔다.


메뉴 정보보다는 그 지역을 소비하기 위한 특정 주제를 가진 게시물,

즉 큐레이션형 콘텐츠가 수치적으로 훨씬 잘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컬 계정은 관계 기반으로 성장한다]


팔로워 400명을 모으는 동안 확실히 느낀 점이 있다.


로컬 계정은 알고리즘보다 관계와 생활권 유입 여부가 더 중요하다.


같은 학교 학생/성북구 거주자/하루 내 성북구 체류자들 사이의 DM공유와 같은 방식으로 계정이 조금씩 퍼졌다.


전국 단위 계정처럼 급격히 성장하지는 않지만 한 번 들어온 팔로워는 잘 나가지 않는다.

생활권 기반 계정이라 계정 자체가 작은 커뮤니티처럼 작동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 계정을 운영해야 할까?]


지역별로 맛집을 추천하는 계정은 많고 많지만,

성북TMI라는 계정은 '성북구라는 지역을 바라보는 대학생들만의 큐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계정을 시작할 때 페인포인트로 있었던 '성북동은 충분히 재미있는데, 학생들이 와서 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삼아 해결하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다.


결국 계정의 목적은 성북구 내 체류하는 사람들이 '하루 중 어떤 경험을 선택할지'를 큐레이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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