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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Nov 02. 2023

소년, 개구리 그리고


소년이 이야기한다. "엄마,  다시 생각해 봐도 끔찍한 일이었어요. 그건 정말이지.." 소년은 생각에 잠기기라도 한 듯 , 아주 잠시 조용했다.


"그게 말이죠.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요.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가고 있는데 , 어디에선가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자꾸 들리지 뭐예요."

소년은 진저리를 쳐대며  특유의 느리고 다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엄마는 그런 소년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따분하고 조금 싫증 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숨을 후 -짧고 깊게 한번 고른 후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하는 중이다.


"무슨 소리였는지 알아냈니?"엄마가  말했다.

"어디에서 들리는 소린지 정확히 알 수 없더라고요. 일단 가던 길로 천천히 계속 달렸죠.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크고 날카롭게 들렸어요. 찢어지는 듯한 소리였어요.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쳐요. 그건 분명 비명소리였어요." 소년이 말했다.


"그래서?" 엄마는 제야 눈을 반짝이며   소년을 재촉한다.

"자전거에서 내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가 봤어요. 거긴 풀숲이었어요. 눈으로 보고도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작은 개구리가 내는 소리였던 거죠. " 다시 한번 몸을 부르르 털어내며 소년은 이야기한다.


"글쎄 , 작은 개구리  뒷다리가 뱀의 입속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뱀이 개구리를  공격하며 잡아먹으려고 하니까, 개구리는 발버둥을 치면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내며 도망치려고 했어요. 마치 살려 달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옆에 있던 돌을 들고 뱀에게 계속 던졌어요. 그런데도 뱀은 개구리를 놓지 않는 거예요. 오히려 개구리뒷다리를 물은 채 잡아끌고  풀숲으로 급히 사려져 버렸어요."

소년의 눈시울은 그렁그렁해졌다.

툭하고 건들면 진주 같은 방울을 금세 떨구기라도 할 듯.


소년은 또한 이렇게 이야기했다.

뱀이 풀숲으로 기어 들어갈 때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바퀴로 밟아 버릴까 싶었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아 그럴 수 없었다고. 개구리를 살려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고. 그래서  다음번에 또다시 뱀을 만나면 절대 가만 두지 않겠다고.

그건 따뜻하고 곰살맞은 소년에게 어쩐지  낯선 모습이었다.


엄마는 약간 놀랐지만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해주었다. 오늘 네가 본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자연의 이치일 뿐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다음에라도 절대 끼어들면 안 된다. 게다가 네가 개구리를 구해 주려다 뱀에게 물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것이냐는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를.


"엄마, 저도 그것이 먹이사슬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도와달라는 듯 비명을 지르는 작은 개구리가 너무 불쌍했을 뿐이고, 돕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요. 만일 엄마는 우리가 기르는 햄스터가 뱀에게 물려 가기라도 한다면.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가 뱀에게 물려 가고 있다면 그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하실 건가요."

소년은 고요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어디에선가 바람이 불자 흙먼지가 뿌옇게 날아오른다.

엄마는 눈썹사이를 잔뜩 찌푸린 채 소년의  물음엔 대답할 생각이란 도무지 없는 듯.

그저  머릿속엔 온통  ,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끔찍하게 소름 끼치는 뱀에게서 구해내느라 딴생각이 없다. 바람냄새가 났다. 달큼한 비릿함을 머금은 바람이었다.









덧붙이는 사사로운 글

열살 아이가 겪은일을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개구리와 뱀이 있던 그곳을  지날때 ,  상기된 얼굴로 아이가 저에게 다시 한번 설명해주고 있는 모습. 그것을  엄마의 시선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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