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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Jan 17. 2023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어느 날이었다.

은이언니 그리고 선이 언니와 아침인가 점심즈음 만나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의 어디쯤인  '아점'을 먹을 것이다. (아점은 브런치와 완벽하게 대응되 케케묵은 속된 말이다.)


 과연 유명했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럭셔리한 이미지의 브런치를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럿 4명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했던 것으로 생각이 나는데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을 검색했다)

우리셋도 나름 각기 다른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연결고리를 고집부려서라도 구태여 말하고 싶다.

(허세를 한 번쯤 부려보고 싶다는 말)





허세를 부려보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가 주절주절 길어졌으니,

얼른 다시 돌아가서 우리의 아점메뉴를 끄집어내 봐야겠다.

세명의 아줌마들이 사교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가볍지만 세련된 음식.

역시 등산로 초입에 오래 자리 잡고 있고 음식의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손만둣국이 딱이다.


"저희 손만둣국이요. 고기반 김치반 섞어서 3인분 주세요."

쌍둥이맘인 선이 언니 말에 의하면 동이 트기 전 5시 6시에 만두가게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한다.

 언니 둘째 딸에게 내 첫째 아들 석이가 4학년 겨울쯤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적이 있었다. 대차게 차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짜식 덕에 하마터면 관계 애매해질 뻔했다. ~잘 넘어가서  다행이다. 자꾸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거듭 죄송하다.


어쨌든 우린 완전하게 간결한 맛이 훌륭했던 뜨뜻한 손만둣국을 들이마시듯 먹고 나왔다.

이쯤에서 우린 럭셔리하다는 것을 기필코 강조하고 싶어 진다. 반어법 아니다.





어디에 가서 커피를 마실까 등산로초입에 몇 없는 커피숍을 떠올려본다.

이맘 선이 언니가 이번에도 명랑하고 쾌활하게 제안한다.

" 저기 아래에 커피숍 있어. 거기로 가자."

우린 군말 없이 순순하게 이동했다.


2층 가정집을 고쳐 만들어 바꾼듯하다.

하긴 누가 봐도 그래 보일 수밖에 없다.

1층은 번듯한 커피숍이 자리 잡고 있었으나,

 2층 베란다로 추정되는 자리에는 햇볕에 바삭하게 말리고 있는 빨래 무더기가 눈에 띄게 보였기 때문이다.



"언니, 나는 아이스카페라테."

(지금은 한겨울이지만, 얼어 죽어도 아. 라. 떼 마신다. 이를테면 얼죽아라테?)

"나는 따뜻한 카페라테 마실래."

"나는 아이스커피."(여기도 얼죽아)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어머, 신랑한테도 못 받은 사랑을 여기에서 받았네."

은이 언니가 말했다.

고소한 아이스카페라테를 정신없이 들이켜고 있느라 이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잠시 생각하던 찰나,

"이것 좀 봐. 사랑을 받았어."


은이언니가 받은 사랑


은이언니는 이전 글에서 잔잔바리 소재라도 얻은 것이 다행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주었던 여자이다.

그녀는 성질이 찬찬하여 얌전해 보이고 차근차근한 말투를 즐겨 사용하나,이따금씩 정곡을 꿰뚫어 말한다.그럴 때면 짜릿짜릿하여 매우 즐겁고 시원하며 유쾌해진다.

 

"말하지 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오리온 초코파이는 이렇게 노래 불렀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예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표현하는 것.

 참말로 중요하다.

말로 나타내지 않으면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쉽게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애매하게 눈빛으로 이야기 전달하려고만 하지 말고,


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듯하여 덧붙인다.

은이언니는 인정이 넘치고 정성이 지극한 형부에게 사랑을 가득 차게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우린 다분히 럭셔리하다.다시 말하지만 반어법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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