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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Jan 14. 2023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할머니 얼굴이 된다


자라면서 친할머니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주 어린 꼬마시절부터였으니 ,

' 나는 아버지 엄마 딸인데 , 왜  할머니를 닮았다고 그러는 거지?'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석을(큰아들) 낳고 첫돌 무렵, 어쩌다 보니 

 응열(아버지) 미화(엄마)용(남편)그리고  응열의 강원도 평창 고향 친구들과 함께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응열의 친구들께 인사를 하는데 보시는 분들마다

"야, 돌아가신 어머니 젊을 때랑 똑같다. 야~"

"나는 야가 앉아있는데 ,어무이가 살아 돌아와서 앉아 계시는지 알았잖아."

"어테 응열이 어무이랑 이래 똑같나."

응열은 또 뭐가 좋은지 코평수를 넓힌 채 거기에는 별다른 대꾸 없이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미화에게 " 나 그렇게 할머니 닮았어?"물으니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는데 엄마는 잘 모르겠네."라고 답해준다.





이용복여사.

둥그스름하고 편평한 얼굴,

짙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큰 눈.

다소 야트막한 콧날.

그러나 선명하고 도톰한 입술선.

그리고 가지런한 치아.


한량에 여색을 밝히는 남편과, 

딸 하나에 줄줄이 여섯 아들 다가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

독립운동가 아버지의 딸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으로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한평생 당당하게 살아냈던 여인.

 정의로운 성품을 가지고 늘 당찼던 이용복여사.


할머니가 찍어줬던 91년도의 영혜어린이


사십 년이 넘게 살고 보니, 할머니를 닮은 내가 보인다.

어느 날 용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나 할머니를 그렇게 닮았다고 하는데 , 요새는 내가 봐도 좀 그런 거 같더라."

"할머니는 그럼 젊었을 때 엄청 미인이셨겠네."

(용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뛰어나고 매우 영리한 사람 같으니, 이 여우 같은 사람아)

달리 할 말 없어 조용했다.

왠지 머쓱해져서 둘 다 그렇게 꽤 한참,


어쨌든 생각해 본다.

할머니 닮았다는 말이 썩 듣기 좋지 않았던 때가 틀림없이 확실하게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렇다고 여기고 있다.

가 한평생 지녔던 강직한 성품과

단정하 곧고 바른 결까지도 닮아갈 수 있기를,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어찌할 수 없는 사정으로  함께 살았던 시간과 추억이 많 나,

 명절이 다가와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스럽게 할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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