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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na Aug 16. 2022

스웨덴에서 취업하기 (1)

고된 해외살이 중인 방랑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해외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학생때 머나먼 아르헨티나에 처음 갔던 것을 시작으로 해서 한국에 돌아왔다 나갔다 하면서 십년도 넘게 해외 생활중인 나에게 가족들과 친구들이 종종 묻곤 한다. 한국 그립지 않아? 외롭지 않아? 한국 음식 먹고싶지 않아?... 감상을 와장창 깨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한국이 사무치게 그립지도, 그렇게 외롭지도, 한국 음식을 못먹어서 죽을 것 같지도 않다. 옛날과는 달리 가족, 친구들과 언제든 핸드폰으로 쉽게 연락할 수 있고, 맨날 비슷한 요리를 해먹다 보면 한국 음식이 그리운 게 아니라 남이 해주는 음식이 그립다. 그리고 외로움, 분명 이곳에 아는 사람이 한국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 있어 외로움은 친구의 여부와 상관없는 다소 근원적인 감정이다. 만날 사람이 많다고 해서 한국에서 여기보다 덜 외롭지 않았고, 약속이 적다고 해서 이곳에서 더 외롭지 않다. 그렇다면 해외 생활이 마냥 꽃밭이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내가 느끼는 해외살이의 어려움은 '해외' 살이가 아니라 해외 '살이'에서 오는 것들이다. -왠지 좀 하루살이처럼 들리는- 해외살이 동지들 중 공감할 이들이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결혼이나 취업 이민에는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가족 중 한명이 결혼 이민을 한지라 이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힘들며, 두 사람 모두의 강한 의지와 노력을 요하는 지 잘 알고 있다. 스웨덴에 오기 전 취업 이민을 했던 지라 그 어려움 역시 잘 알고 있다. 나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그곳에서 나의 삶의 질과 지위를 결정한다. 얼마나 많은 돈을 받고, 회사로부터 어떤 종류의 지원을 받으며, 어떤 종류의 비자를 얼만큼의 기간동안 지원받는지는 나의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쓰는 계약서에 달려있으며, 이에 따라 내가 어떤 삶을 누릴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유학은 조금 다르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환학생도 아니고 덜컥 자유 유학을 갔다. 모든 절차와 비용, 계약과 의사 소통을 스스로 해내야 했다. 한국어를 절대 쓰지 않겠다며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의 한국인 커뮤니티가 없는 (혹은 아주 작은) 도시를 찾아내서 갔다. 하숙집에 문화와 언어가 완전히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것도, 딱히 돈을 벌 방법이 없는 것도, 적응이 안되는 날씨와 계절 그 어느것도 쉽지 않았다. 결혼 혹은 취업 이민과 다른 점은, 딱히 의지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결혼은 배우자가, 취업은 회사가 있다. (물론 그들이 힘이 되는 대상이 아니라 그 반대일 때도 있다) 하지만 학생으로서 남의 나라에 가면 기댈 데가 없다. 학교나 어학원 등에 소속되더라도 그 관계는 아주 느슨해서, 결국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복잡한 은행 업무도, 이민청이나 집 계약 서류도, 혹은 아플 때 어떤 병원에 가야할 지 결정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의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정적으로 소위 '쪼들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생 신분으로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서른이 넘어 다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똑같은 유학이지만, 많은 것이 다르다. 우선은 시대가 바뀌었고, 아르헨티나와 스웨덴은 아주 많이 다른 두 나라다. 고된 유학 생활에 대해 하소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불평은 이쯤 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해외에서 취업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한다. 현지에서 통하는 커버레터 쓰기, 인맥 쌓기, 비자를 지원해주는 회사 찾기 등 여러가지 실용적인 팁이 있지만 이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스웨덴에서 학생으로서 일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우선 스웨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스웨덴은 다른 일부 국가들과는 달리, 학생 비자를 가지고도 시수 제한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학생 신분으로도 풀타임으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시스템인 퍼스널 넘버 (personnummer)가 있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는 스웨덴 사람들이 내는 만큼의 세금을 소득에 따라 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정 기간 안에 스웨덴을 떠난다면 출국시 이를 환급받을 수도 있다) 제도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해외 살이를 하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현지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많은 곳에서 영어만 쓰면서 일을 할 수 있다. 대도시 기준으로, 카페나 레스토랑같은 서비스직은 간단한 수준의 스웨덴어만 구사할 줄 안다면 영어를 사용해서 일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스웨덴의 많은 가게에서는 외국인 직원이 짧은 스웨덴어로 인사한 뒤 영어로 주문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영어로 해도 될까요, 라는 질문에 절대 안된다며 거절하는 스웨덴 흥선대원군은 아직 본 적이 없다. (풍문으로 들은 바는 있다!) 그렇다면 사무직, 혹은 전문직은 어떨까. 이 부분은 분야에 따라 좀 다르다. 엔지니어, 메카닉, 혹은 개발자라면 스웨덴어를 거의 구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현장직의 경우에는 아예 동일한 국적 혹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아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업종이더라도 회사가 Volvo, Astra Zeneca, H&M처럼 글로벌 기업이라면 회사의 공식 언어가 영어이거나, 최소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영어로도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스웨덴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괜찮다. 혹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채용에 자유롭고, 해외 거래처와 업무가 많은 곳이라면 영어 혹은 타겟 지역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충분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 즉 전문직이 아니거나, 스웨덴 현지인이 직원의 대부분이거나, 주 거래 대상이 스웨덴 현지 기업들이라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업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스웨덴어 실력을 요구한다. 



그러니 이곳에 온지 오래되지 않은 유학생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제법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비스직 파트타임을 할 수도 있고 (최저 기준은 따로 없지만 일반적으로 시급은 최저 15,000원 이상이다), 본인의 단과 대학에서 진행중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20%에서 50%, 혹은 최대 80%까지 시간을 조정해서 학업과 병행할 수 있다. 연구가 아니라도 대학 내에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소속된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디자인, 개발, 언어 등 별도의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있다면 회사에서 파트타임 업무를 얻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옵션은, 한국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능하다고는 해도 유학을 하면서 현지에서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일자리를 바로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재택 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었다. 나같은 경우에는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오랫동안 가르쳤기에 지금도 온라인으로 스페인어 강의를 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친구, 작가인 친구 등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온라인에서 일을 한다. 물론 시차와 근무 조건, 시간 관리 등 노마드 프리랜서로서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긴 하지만, 해외에서 내가 원래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디지털 시대의 상당한 메리트다. 


여기까지, 해외 유학중에 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해 알아봤다. 경력이나 전문 분야, 그리고 언어 실력에 다라 각자의 상황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태도라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적극적이며 예의바르고 배우고자 하는 직원을 싫어할 고용주는 없다. 시간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맡은 책임을 다하는 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적극성을 지녔다면 해외에서 일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오늘 살펴본 것과는 조금 다른 정규직 구직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스웨덴에서 취업하는데 꼭 필요한 꿀팁 다섯가지! 같은 정보성 글은 아니지만, 나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통해 정리한 소소한 조언과 여기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들러서 읽어보시고 의견도 공유해 주시길! 








(커버 이미지: 직접 촬영한 예테보리 시내,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놀이공원 Liseberg의 대관람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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