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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na Aug 26. 2022

스웨덴에서 취업하기 (2)

졸업 후가 막막한 유학생들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지난 글 '스웨덴에서 취업하기 (1)'에서는 학생 신분으로서 할 수 있는 파트타임의 종류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학업을 마친 후의 본격적인 취업에 관해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우선, 스웨덴에서 학생 비자를 받아 고등교육 (대학 혹은 대학원)을 이수한 사람은 졸업 후 1년간의 job seeking visa, 그러니까 구직 비자가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졸업이 6월이므로 이듬해 6월까지는 별도의 비자 없이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비자를 지원해주는 정규직을 찾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인턴십이나 3개월, 혹은 6개월의 수습 기간을 요하는 직장에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을 하거나, 그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을 하면 된다. 냉정하게 말해, 졸업 후 1년 동안 정규직이든, 혹은 이후에 바로 정규직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 만한 경력이 될만한 일을 찾지 못한다면,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서 취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스웨덴에 머물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1년 혹은 그보다 빨리 취업해서 자리를 잡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 동지들, 혹은 스웨덴 유학을 고민중인 미래의 동지들께서는 지레 겁부터 먹지 마시길!


스웨덴에서 취업을 하려고 하는 외국인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영주권 혹은 그에 준하는 거주권이 있어서 회사의 비자 지원 여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전자에는 스웨덴에서 유학중인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치는 유럽연합 시민들이 포함된다. 그 외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거나, 혹은 배우자 비자 등으로 인해 비자 문제를 해결한 이들을 제외하면, 아프리카, 아시아, 혹은 중남미 국가에서 온 이들이 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언어와 문화 차이, 그리고 본국과의 거리 등의 이유로 귀국을 결정한다. 이러저러한 이들을 다 제외하고 나면 거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외국인 학생은 꽤나 소수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로부터 조언을 얻기가 쉽지 않아 취업이 꽤나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각자의 전공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각 업계의 분위기나 취업 요령 등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내 경우에는 운이 좋게도 주변에 학생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와 지인들이 많아 직장 생활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조언들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대다수가 스웨덴 현지 출신이거나 혹은 이미 스웨덴에 오기 전에 경력을 쌓고 이를 통해 잡 오퍼를 받고 온 이들이어서 새로 커리어를 준비해야 하는 나와는 입장이 다르기에, 직접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결국, 유학 생활이 그러하듯, 모든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모든 어려운 일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뛰어난 학업성취도, 화려한 경력 및 직무능력, 능통한 영어와 현지어 실력 등이야 말할 것도 없이 모든 구직 과정을 뚫는 '수퍼 패스'이니, 그 외에 해외, 특히 스웨덴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일지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우선 첫째는 인맥이다. 많은 서구권 국가들이 그러하듯, 추천서와 네트워크야말로 취업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다. 소위 명문대를 나오면 취업에 유리한 이유가 네임밸류 뿐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만나는 동기, 선후배, 조교, 교수님 등의 인맥 때문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교수님이나 현 직장에서의 상사와 같이 공식적인 인맥 말고도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인맥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 인맥이 중요한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번째는 레퍼런스 체크 때문이고, 두번째는 그에 앞서 지원 자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구직시에 레퍼런스를 해줄 사람 -주로 전 직장 혹은 아르바이트 관리자- 을 써내면 인사 담당자가 정말로 연락을 한다 (!). 그냥 메일을 보내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 통화를 하고, 지원자가 적어낸 경력과 직무 수행 능력, 그리고 태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질문을 그것도 꽤 길게 한다. 레퍼런스 체크가 고용 여부를 완전히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자소서가 완전히 '자소설'은 아닌지를 검증하는 최소한의 도구임과 동시에, 기본적인 태도와 예의를 갖춘 사람인지에 관한 검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이 부분은 스웨덴에서 꽤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니 직장을 관둘 때, 혹은 단기 아르바이트라고 할 지라도 관둘 때 '깽판'을 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구직 기회이다. 한국의 공개채용 혹은 공시, 고시 등과 달리 스웨덴의 채용은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혹은 채용중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인 지원을 통해 채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정보들이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나 링크드인, 혹은 유사한 구직 사이트에 고지가 되기도 하지만 만약 회사 규모가 작거나 혹은 특정한 프로파일을 가진 지원자를 찾고 있다면 사정이 좀 다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비공식적인 채용 과정도 있고, 혹은 똑같은 과정을 통해 지원했더라도 내부자 혹은 지인의 추천을 통해 지원한 사람에게 훨씬 많은 과정이 집중된다. 다만, 스웨덴 사회는 투명한 절차를 중시하는 사회이기에 누군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서 소위 낙하산으로 취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학생 신분인 우리에게 그정도로 대단한 인맥이 있기 쉽지 않기도 하고.) 그보다는, 오히려 신뢰를 중시하는 사회이기에 지원자의 능력과 인성을 내가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검증받았다는 데에 높은 가중치를 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러니 누구의 지인이라고 해서 프리패스인 것은 당연히 아니고, 똑같이 서류, 테스트, 인터뷰 등을 거친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자질을 보이는 것은 지원자의 몫이다. 다만, 자신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데 있어 인맥과 추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다양하게 도전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웨덴은 채용 시스템이 한국의 공채와는 달리 비정기적이고, 고용 과정과 형태가 다소 유연하다. 이를테면 누군가의 육아휴직 혹은 여름휴가 (무려 6-7주에 육박하는 기간이기에) 동안 일할 대체 근무자로 고용되었다가 그 조직에 눌러앉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앞서 말한 인맥, 그리고 신뢰와 무관하지 않다. 학력이나 경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함께 일하면서 이미 인성과 태도를 검증했기에 그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특히 전문 분야가 있는 경력직이 아니라 인턴 혹은 갓 졸업한 신입 직원을 찾는 자리라면 서류에 적어내는 내용보다 직접 겪어보고 같이 일을 하면서 겪어본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포지션에 도전하고, 직접 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일하고 싶은 조직이 있다면 구직 사이트 외에도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고, 그 회사나 기관이 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조사해본다든가, 뉴스레터를 구독한다든가 하는 등 직접 조사를 하다가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볼 수 있다. 직접적인 구직을 전제로 한 연락도 좋고, 혹은 해당 업무 또는 프로젝트 자체에 관한 평가나 의견을 공유하는 것도 좋다. 부정한 방식을 통한 채용을 요구하는 것만 아니라면 그런 연락이 문제되지 않는다. (조직이나 채용 형태에 특성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교수진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한다.) 같은 분야의 선후배, 혹은 개인적인 관계에 있는 지인을 통해 연락하는 것도 가능하다. 요약하면, 구직 사이트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 관한 정보를 찾고 접근해서 기회를 '직접' 얻어내야 한다. 


셋째는 스웨덴어다. 이전 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모든 조직과 직무에서 스웨덴어가 필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한 도시라고 해도 많은 회사에서, 특히 팀원들과 소통을 해야하는 일이 많은 직무의 경우에는 중급 이상의 스웨덴어가 필요하다. 막연히 스웨덴에서는 모두가 영어를 잘 하니까 스웨덴어는 별로 필요없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특히나 스웨덴 현지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를 한다면 더더욱 스웨덴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업무 면에서도 그렇고, 조직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렇다. 


물론, 당신이 경력 있는 -혹은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위에 써있는 그 무엇도 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링크드인 메시지로 헤드헌터의 연락이 물밀듯 밀려올 것이다. 심지어 경력이 없어도 구직 연계 사이트에서 테스트에 응하라고 연락이 심심치 않게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일 당장 경력 5년차의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없겠지만, 구직시에 그 나라에서 채용이 가장 '핫한' 업계가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커리어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 정도는 되겠다. 






요약하자면 인맥, 언어, 그리고 도전이 바로 학력이나 직무능력 등의 당연한 요소를 제외하고 스웨덴 취업에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자신의 전공이나 업무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지 말고, 구직중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길 바란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학생으로서 경험하는 단기 업무나 파트타임에서도 태도를 바르게 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맥은 꼭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닌 누군가에게 '간택'될 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쳐가는 모든 인연이 곧 인맥이며, 사소하거나 무관하게 보이는 상황에서의 행동이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두 화에 걸쳐 스웨덴에서 학생 신분으로 살 때 취업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구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팁이나 유용한 사이트 등은 굳이 포함하지 않았지만,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취업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보가 부족해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큰 그리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보았다.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좋겠다. 그럼 모두, 취뽀하시길!! 







(커버 이미지: 예테보리 중앙역 옆에 위치한 교량 Hissingsbron의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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