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co Box 01-9.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유방암 진단 이후, 내가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by 빠다코코넛

유방암 상피내암 0기 진단을 받고 처음엔 그저 어리둥절했다.

가족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무엇부터 알아봐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아는 것이 있어야 질문도 생기는 법인데, 그때의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이건 그때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던 순간들.
그래서 이 글에, 내가 직접 겪으며 알게 된 것들을 차분히 남겨보려 한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인터넷을 뒤지고,

후기들을 읽고, 결국은 혼자서 판단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 글은 그 과정 속에서 정리해 둔 나의 기록이다.
혼자 이겨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1. 유방암 진단 후 가장 먼저 하면 좋은 일 – 산정특례


치료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산정특례 신청은 반드시 필요하다. 가입된 보험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대학병원에 가면 당일 접수로 산정특례를 등록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첫 진료일에는 여러 검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며 비용이 발생한다.
가능하다면 대학병원 진료 전에 산정특례를 먼저 등록해 두는 것이 마음 편했다.


산정특례는 진단 확진일로부터 30일 이내 신청 시 확진일부터 소급 적용되지만,

30일 이후 신청하면 신청일 기준으로만 혜택이 적용된다.


개인이 직접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할 수도 있지만,

진단을 받은 병원의 주치의를 통해 신청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수월하다.

등록이 완료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카카오톡 안내 메시지가 오고,

등록일 기준 산정특례 대상자는 입원·외래 진료 시 질환에 따라 0~10%의 비용만 부담하게 된다.

(비급여, 100/100 본인부담 항목 제외)

장기 치료 과정에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확실히 줄어든다.


2. 대학병원 진료 전 검사 준비


신촌에 있는 대학병원은 내가 다니던 원병원의 협력 병원이었지만,

그럼에도 외래 진료까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암 진단을 받으면 두 곳 이상의 병원에서 설명을 들어보라고들 한다.
예약이 가능한 다른 상급병원을 찾아 외래 진료를 미리 잡아 두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 하나.
주변에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이 있다면, 가능하다면 지인 찬스는 꼭 활용하는 것이 좋다.
왜 사람들이 병원 지인이 있으면 편하다고 하는지, 그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진료를 희망하는 대학병원 외래 전에

타 상급병원에서 MRI와 뼈 스캔을 미리 진행해 두면

전체 치료 일정이 조금이라도 단축될 수 있다. 검사 결과지를 모두 발급받아 외래 진료 시 직접 가져갔다.


물론 병원에서 요구하는 자체 검사는 다시 진행했지만,

사전에 큰 검사를 마쳐 둔 덕분에 수술 전 단계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MRI와 뼈 스캔은 예약이 필요한 검사라, 검사 자체가 또 다른 기다림의 연속이 된다.
나는 내가 가져간 검사 결과를 참고한 판독을 바탕으로 최종 진단을 받게 되었다.


3. 수술 후 샤워 및 상처 관리


나는 부분절제 수술을 했고, 상처 부위는 아주 크지는 않았다.
수술 후 외래 진료까지 명절이 겹치며 약 3주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간호사는 주변 병원에서 상처 관리를 받아도 된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처를 최대한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이랬다.

밴드 위에 랩을 덧대고 방수 테이프로 고정한 뒤 샤워

샤워 후 랩 제거

이 과정을 약 3주간, 샤워할 때마다 반복했다.
방수 밴드만으로는 물이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이 계속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외래 진료 전까지는 밴드를 붙인 상태로 특별한 관리는 하지 않았다.
외래 이후부터는 흉터 연고를 하루 2번 발라주었다.


4. 압박브라와 상처 스트랩


개인 체형과 회복 속도에 따라 압박브라 착용 기간은 다르다.
나는 수술 후 약 한 달 정도 압박브라를 착용했고, 그만큼 상처 스트랩도 오래 붙어 있었다.

방사선 치료 전까지 스트랩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방사선과에서는 스트랩이 붙어 있어도 치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경험상 억지로 떼지 말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두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
내 경우에는 약 3주쯤 지나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5. 유방외과와 방사선과는 별도의 진료


유방외과에서 수술 결과에 따른 최종 진단이 확정되면, 이후 방사선과 진료를 따로 예약하게 된다.
같은 병원이라도 진료과가 달라 절차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으면 마음의 준비가 된다.
방사선 치료는 보통 수술 후 한 달 이후부터 가능하다.


6. 수술 후에도 이어지는 기다림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후 약 1개월 이후에 시작할 수 있어 또 한 번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방사선 치료 전에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CT 촬영을 해야 하고,

치료 시작일 역시 바로 정해지지 않는다.


보통 CT 촬영 후 방사선 시작까지 1~2주가 걸린다고 들었지만,

나는 5일 만에 연락을 받아 비교적 이르게 치료를 시작했다.


방사선을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병원을 매일 찾아가야 한다.
치료 시간은 10~15분 내외로 짧지만,

환자들이 모두 고정된 시간에 오기 때문에 생활 패턴과 맞는 시간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오전에 병원을 다녔고 치료 후에 최대한 체력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병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까지 걸어 다녔다. (약 한 시간 거리)

방사선 치료 자체는 큰 무리는 아니나 치료 과정에 오는 피로감은 직접 체험해 보니 결코 만만한 건 아니었다.


7. 방사선 치료 – 표식 vs 무표식


방사선 치료는 표식 치료와 무표식 치료로 나뉜다.
실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사에 먼저 문의한 뒤,

청구가 가능하다면 무표식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훨씬 수월했다.

표식 치료의 경우 치료 기간 동안 선이 지워지지 않도록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부담이 된다.


또 하나, 방사선과 의료진 중에는 남성 비율이 높은 편이라 이 부분이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치료 전에 미리 알고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8. 방사선 치료 중 피부 관리


방사선 치료 기간 동안 나는 알로에젤과 보습 크림을 항상 챙겼다.
(방사선 치료 전 병원에서 제공하는 크림을 구매했다. 추가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MD크림 구매)


치료 직후 탈의실에서 알로에젤을 먼저 바르고, 충분히 흡수시킨 뒤 보습 크림을 듬뿍 덧발랐다.
집에 돌아와서는 양배추 가슴팩을 올려두었다.

방사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보습’이었다.
그래서 매일 수시로 보습 관리에 신경을 썼다.


9. 방사선 치료 후 나타난 변화


치료가 진행되면서 피부색이 점점 변했고, 수술 위치에 따라 반응도 달랐다.
변해가는 피부 컨디션을 보며 ‘어쩔 수 없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피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체력이었다.
치료가 끝난 뒤 약 한 달간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그 한 달은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피로가 줄고, 몸도 다시 내 것이 되어갔다.
피부색 변화는 방사신 치료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회복된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10. 타목시펜 복용 이후의 시간


나는 호르몬 양성이라 타목시펜을 5년간 복용해야 한다.

타목시펜은 부작용으로 보이는 증상들이 다양하다고 한다. 복용하기 전에 솔직히 두려웠다.

워낙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된다고 하니 나에게 어떤 게 해당이 될지는 복용 중에나 알 수 있으니 막막했다.
대표적으로 홍조와 미열이 있고, 나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붉어졌고 수면이 불안정해졌다.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도 경험해 안과 진료를 통해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화장실을 자주 가는 거 같다.

또한 타목시펜은 재발 위험을 낮추는 대신,

자궁내막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산부인과 정기검진도 병행하고 있다.

복용 후 두 달 정도 지나자 조금씩 몸이 적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마다 적응 기간은 다르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 견뎌야 하는 구간이 많다.

모든 변화를 부작용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가져가는 것이 이 시간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5년간 함께해야 할 약이니, 치료 과정을 하나씩 지나왔던 것처럼 또 그렇게 지내보려 한다.


11. 장애인 증명서


모든 치료가 끝난 뒤, 암 환자는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로 분류되어

세법상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에 활용할 수 있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발급이 가능했지만,

나는 진료과 데이터 등록 누락으로 발급이 되지 않아 병원에 문의해야 했다.
증명서는 보통 1년 단위로 발급되며, 병원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가능한 곳도 있다고 한다.
보험사에 장애인 특약 전환을 문의할 경우에는 장애 기간과 보험 가입 기간이 연계되므로,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유방암 진단 이후, 하나씩 스스로 찾아보고 파악했던 내용들이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은 덜 실수하고,
조금은 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 이야기들이다.

모르다 보니 더 긴장했고, 그래서 더 막막했던 시간들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 어디쯤 와 있든 그 속도가 느려 보이더라도
결코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Choco Box 01-8. 치료보다 더 큰힘,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