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 Box 01-3. 기다림이 일상이 되다(2)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하루하루의 기다림 속의 나날들

by 빠다코코넛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 오픈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이 든다.

치료 시작 전에 일은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정리해야 할 계약 업무들이 계속 신경 쓰였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기 위해

관계사 직원에게 내 사정을 살짝 털어놓았다.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사이라,

자연스럽게 솔직한 이야기가 나왔다.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 했지만,

누군가에게 내 상황이 전해진 듯하다.

며칠 뒤 그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심스럽게 안부를 묻는 말투였지만,

이미 내 상황을 알고 계신 눈치였다.


그분이 말했다.


유방암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괜찮다면 다른 큰 병원 예약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일산에 있는 병원이라고 한다.

9월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으니

신촌에 있는 병원 가기 전에

소견을 한번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단 생각에


일단 알겠다고 답했고,

보름 뒤 일산에 있는 병원으로

진료 일정을 잡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 병원을 두 군데 가보고,
의사 선생님들의 진단을 들은 뒤

어디에서 치료를 받을지

최종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중순, 일산에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


진료를 위해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이렇게 많은 검사들.

병원은 치료를 위한 곳이지만,
검사 과정에서 오히려 더 상태가 나빠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검사를 받다 병이 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근 일주일 후, 다시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상피내암,

흔히 말하는 제자리암이라고 한다.


다행히 침윤성은 아니라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다만 호르몬 양성이기 때문에

타목시펜 복용이 필요하고
방사선 치료는 19번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타목시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호르몬 양성인 경우 암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다.


다만 부작용이 꽤 많다는 설명이 이어졌고,
설명 후에는 안내를 받았음에 대한

서명까지 진행했다.


일단 약물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들렀고,

진행한 검사 결과지를 모두 발급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이전에 예약한 또 다른 병원 진료를 위해

9월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드디어 9월이다.


병원을 찾아갔다.

대학병원이니만큼 이른 시간에 도착해 대기를 했다.
진료실 앞에는 많은 환자들이 있었고,
주변을 둘러보니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드디어 선생님을 만났다.


그분 말씀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그게 병원의 치료 기준이라고 한다.


아, 또 하나의 상처가 생기겠구나.
수술을 피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환자가 많아
선생님을 통해 수술을 하려면

10월 이후가 가능하니


대신 다른 선생님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는 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 수술은 꼭 해야 할까요?”


수술을 통해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이 병원의 일반적인 절차라고 했다.


빠른 치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다른 선생님을 통해 수술을 받겠다고 결정했다.


상담실로 이동했다.
수술 일정과 관련된 안내를 받는 곳이었다.


9월 초에 왔지만
가장 빠른 수술 날짜는 9월 말이라고 했다.


그 사이 추가로 몇 가지 검사를 더 해야 했다.

다행히 이전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를 가져간 덕분에 예약이 필요한 큰 검사는 생략할 수 있었다.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드디어 담당 주치의를 다시 만났다.


기다림의 연속 끝에, 뜻밖의 말을 들었다.


병리과 소견으로는

검사 결과상 양성 종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받았던 산정특례를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홀딩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암 판정을 받은 뒤, 원병원에서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산정특례 등록을 했었고
그 덕분에 치료로 인한 부담금이 크게 줄어들었었다.


그런데 그 등록여부를 홀딩해야 한다는 건,
내가 암환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쩌면 내가 암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돈보다 그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내가 암이 아닐 수도 있다니.


수술 비용은 본인 부담이 크다고 했지만
그 역시 일단 알겠다고 했다.


나에게 또 다른 희망이 생길 수 있을까.


이제 또 기다린다.
9월 말, 수술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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