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기행 - 보즈칭몽골, 치피

by 버들핑


자축하여 소비.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은 듣고 싶은 말이 다 담겨 있어서였는지 문학적으로까지 느껴졌다. 피청구인 측의 멍청한 주장들이 모두 박살나는 것을 보며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때 핸들을 잡고 고 있지 않았더라면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또한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면.)

여수에 봄벚꽃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산불근무가 이어졌으므로 근무가 없는 주간을 틈타 대전에 갔다. 나는 사진을 잘 못 찍기 때문에 처제를 데리고 갔다. 그는 시간이 널널한 편이므로 갈 수 있다면 언제든 대동하고 갈 수 있었는데 그런 적이 많이는 없는 것 같다. 문경에서는 그 집 어머니랑 같이 다녔기 때문에 젊은이들끼리 놀러 가는 느낌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서로 좋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

가는 길 운전은 애인이 했다. 첫 차를 산지 이제 2주가 된... 비도 내리고 시내 운전도 조금 해야 해서 불안한 감은 있었지만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도착에는 성공했다. 옆에서 봐 주는데 나도 같이 운전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 탓인지 돌아가는 길 운전할 때 운전을 2번 하는 듯한 느낌으로 해서 제법 졸렸다. 한 시간 반 거리가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문경에 처제를 내려다 준 후엔 차 세워두고 잠깐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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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저째 골목길에 차를 대고 쌀쌀한 날씨에 우산을 펴고 걸어 식당으로 향했다. 보츠칭이라는 몽골 식당. 최근 트위터에서는 효도 바이브가 돌아서 부모의 식당을 홍보해주는 글줄들이 RT를 탄 바 있다. 그 흐름을 타고 대전의 이 현지인 운영 몽골 식당이 바이럴되었고, 우리도 그 흐름을 따라 이곳에 오게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 마침 한 자리 남아 있어서 거기 앉았는데, 사장님 내외가 평소보다 수 배 늘어난 손님으로 인해 많이 바쁘셨는지 주문을 빨리 받아주시진 못했다. 카운터에는 어린이 앉아 있어서 뭐 묻기 애매했고... 그래도 금방 주문은 받아주셨다. 원래 허르헉을 먹을까 했는데, 단일메뉴만 시켜야 하고 4인분을 셋이서 소화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 시키지 않고 몽골식 만두인 호쇼르와 야채국, 양갈비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살펴보니 물어볼 것도 없이 트위터에서 보고 왔겠구나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원래는 대전거주 몽골인들이 종종 찾는 곳이었을테지만... 그래보이는 분들은 한 테이블 정도만 있고, 인형, 굿즈 가져와서 떠드는 여성들, 트위터 실트를 대화주제로 이야기하는 여성들 등. 우리도 그렇게 보였을까? 우리도 여행객처럼 보이기야 했겠지만 거기 있던 사람들보다는 덜 트위터리안처럼 보였으리라.


음식은 호쇼르, 야채국, 양갈비 순서로 나왔다. 호쇼르는 만두피 안에 소고기가 들어차 있었는데 모서리쯤 먹으면 비어있었다. 만두피 식감이 바삭했고, 이빨 닿는 곳이 고기에 가까워질수록 육즙이 묻어나와 기대감을 줬다. 야채국은 슴슴한 맛에 든 식재료들이 푹 익어서 먹는 데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양갈비. 나는 이 양갈비가 제일 맛있었다. 후추가 뿌려져 있어 고기 잡내가 없고 질긴 감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쪽 나온 것을 포크로 좀 잘라 나누어 먹었다.


애인은 평소 고기를 먹지 않는데,(페스코이다.) 유목민족과 그 삶에 대해 관심이 지대했기 때문에 몽골식을 해보자 하여 간만에 일탈을 했다. 먹으면서 양고기도 공장식 축산이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양 공장을 검색하니 양털과 마인크래프트 이야기가 나온다. 자영업, 트위터, 축산업에 대한 반대, 유목민에 대한 향수 등 복합적인 고민들이 이 식사에 다다르기까지 담겨있었으나 대전에 간다면 재방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행로는 TTM(think too much). 주차할 곳이 정말 마땅치 않아서 그 골목을 대여섯번은 뱅뱅 돌았다. 근처 학교에서는 시험도 치러지고 있고... 학교 앞에 길에 주차된 차가 있길래 따라 댔는데 대면 안 되는 곳이어서 아메 나오자마자 뛰쳐나가서 주차를 다시 했다. 경찰 선생님은 이런 데 대시면 어쩌냐고 핀잔을 주었다. 또 예처럼 몇바퀴 돌다가 언덕배기에 빈 공간이 좀 있어서 차를 대고 돌아갔다. 나갈 때 비가 줄어 우산을 안 들고 나섰는데 돌아올 땐 비가 좀 내려 약간 젖었다.


카페 공간은 키티가 무척 많이 배치돼있었고, 당류가 무척 높아보이는 디저트들이 있었다. 사진도 찍었다. 나는 거의 구경만 했다. 음료를 받으니 행운부적이 하나씩 있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 작성하면 뽑기를 한 번 하게 해주는데, 4등이 걸려서 푸딩 하나를 먹었다.

이 다음에는 성심당타운 근처로 갔다. 주차는 몇 바퀴 돌아보다가 저번에도 댔던 중구청에 댔다. 관공서는 보통 주말 사용이 무료이므로 차 대기에 썩 괜찮다. 내려서 카페 비요리라는 소품샵에 갔다. 저번에 왔을 때 세월이 느껴지는 세일러문 키링을 하나 샀었는데, 책상에 올려뒀더니 모친이 그걸 가져가 사용하게 된 바람에 이번에 다시 하나 샀다. 바로 옆에 있는 소품샵 마중 들어가서 둘러보고-산 것은 없다. 저 자보가 붙은 농협 앞을 지나 <치피>라는 새로 생긴 소품샵으로 갔다. 계단이 좀 가팔라서 비 온 날 올라가는 게 무서웠다. 가게 안안에 들어가니 가게 소개 문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지역의 소품샵에 없는 물건들 위주로 채우고자 백방 경주하셨다는 말씀이 있었다. 돌아다니며 소품샵 몇 군데를 들렀던 터였는데, 정말 겹치는 물건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CD를 시침 배경으로 쓸 수 있는 시계를 하나 샀다. 시험용으로 신해경의 음반에서 CD를 빼 넣었는데, CD에 닿을까봐 약간 걱정이 되긴 했다. 다음번 cd를 넣을 땐 3개 넣은 나사를 2개로 조정하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인은 키티일수 종이카드를 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내용의 대자보

식사를 하러 지하상가로 내려가는데 버스정류장엔가 이상한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조현병이 있으신가?

중앙로 지하상가 <바로 그집> 다른 프랜차이즈 떡볶이들과는 다른 소스를 쓴 것 같았다. 허기 채우기도 좋고... 색다른?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맛을 잘 묘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먹은 뒤 대전에 온 타지인들이 늘 그렇듯 성심당을 찍고 집에 갔다. 천주교 계열 매장이라 그런지 부활절과 관련된 제품들을 여럿 팔고 있었다. 처제는 집에 가져갈 빵 몇 개를 샀던 것 같고. 나는 먹고 싶었지만 늘 매물이 없었던 보문산메아리를 샀다. 케익 부띠끄에서는 부활절 세트를 하나 사고. 비가 오는 날이어서 그런지 성심당에도 사람이 많이 없었다. 줄을 2분만 서면 될 정도? 보문산메아리는 다음날 먹었는데 부드럽고 달콤해서 또 먹고 싶었다. 모친에게 줬더니 점심 때 먹었다고는 하는데 그들 연배에는 취향 맞는 음식은 아니었던듯 싶다.

네컷도 찍었다. 둘이서는 매번 아름답게 나오도록 애썼는데 셋이서는 그냥 웃긴 컨셉샷으로 했다. 태극기에 잘못 부여된 기의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을 재오염시키는 공작적 행위...는 아니고 그걸 조롱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애인에게 받은 생일 선물. 실리카겔 느낌의 에어팟 케이스. 요새 에어팟 꺼낼 일이 많지 않았는데 이 케이스 본다고 자주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