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면 이력서를 넣는다. 신입 경력 경력무관 중 신입과 경력무관을 골라 즉시지원 버튼을 눌러댄다. 정신없이 그러고나니 8시가 넘었다. 잠을 못자는지 얼굴엔 빨간 두드러기가 피었다. 밥은 잘 먹고 있다. 짜고 매운 것만 먹는다.
이번주에는 면접을 다섯군데 보기로 했다. 오늘은 면접을 두 군데 봤다. 이상하게 한 곳은 A모집한다 해놓고 내게 "B 해 볼 생각은 없어요?" 라고 물었다.
... 제발 이러지 맙시다. 사회 초년생한테 거짓말 치시면 안되죠...
생활고를 겪고 있다. 그마저도 아빠한테 도움을 청한 뒤 이자까지 갚겠다 했는데 엄마가 차사고를 내버렸다. 그래서 배상금으로 300만원이 넘게 나갔다. 그 돈에는 아빠가 모아둔 영어학원비 200만원이 포함되어있다. 물론 영어학원은 다니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에 날린 건 아깝다. 안다치셔서 다행인걸까. 괜히 엄마도 돈도 차도 야속하기만 하다.
돈이 없어 취업을 넙죽 하자니 그렇다고 내가 공부해온 게 있으니 내 몸값을 너무 싸게 팔아버리고 싶진 않다. 물가는 올랐는데 왜 연봉은 거의 안오르나. 적어도 밥은 먹고 살게 해줘라. 아무래도 이번 생에 알까긴 글렀을지도.
하굣길의 아이들이 꺄륵거리며 웃는다. 나는 저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좋은 대학에 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삶을 상상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상상과 지금에는 꽤 많은 괴리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대충대충 살아 온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공부도 해봤고 치열하게 면접도 보러다닌다.
그저 나를 불러주는 곳에 가 열심히 나에 대해 소개하고 온다. '나를 반드시 팔아야지' 라는 생각은 조금 내려놓고 면접관과 가벼운 수다를 떨고 오기도 한다. 때로는 필사적이지 않아도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