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부 전문 강사 민요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르신들의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달아드리고 강사님이 오시는지 밖을 내다보던 중에 꽃비가 흩날린다. 화사했던 벚꽃도 봄비에 기력을 다하지 못한다. 온통 꽃비로 둔갑하여 거칠게 뿌려지고 있다.
어르신들은 춤과 노래를 좋아하신다.
분위기를 바꿀 때는 언제나 신나는 율동과 노래를 동원하는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을 즈음 어르신들은 최고의 기분이 된다. 오늘도 장구 두드리는 열정 강사의 수업이 끝나고 테라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노래와 춤, 그리고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보내는 자유로운 대화시간으로 힐링이 된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김순자(예명) 어르신께서 건너편에 계신 94세 박지성(예명) 어르신에게 다가가신다.
"할아버지 몇 살 이유? 할아버지 나랑 연애하실래요?"
하시며 용기 있게 먼저 손을 내미신다. 어르신의 말 한마디에 주변은 순식간에 놀라움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
평소 말없이 밥만 잘 드시던 김순자 어르신은 언제부터 박지성 어르신을 향한 마음을 갖고 계셨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에 박지성 어르신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시다가 곧 허허 웃으시며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분명 상기된 기쁨이 담겨 있었다.
청춘 시절, 나도 사랑에 대해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때가 있었다. 사랑은 나이를 초월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늙어가는 몸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청춘의 연애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연애 감정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 오히려 더욱 빛나는 것 같다.
나도 한때는 젊은 시절 사랑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을 때, 그 순수하고 대담한 사랑의 감정은 점점 잊힌 지 오래되었다.
어르신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예전에 느꼈던 연애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때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연애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사랑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나 우리 안에 살아있는 것을.
어르신을 통하여 자신의 솔직함을 이야기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나랑 연애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