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단어만 생각하여도 눈물샘이 폭발한다. 주체하지 못할 만큼 벅차기도 하지만 생전의 엄마에 대한 감정이 가슴 한구석 뚫려있다.
어느 날 가족사진 액자가 걸렸던 벽이 유난히 허전해 보인다. 엄마를 중심으로 형제들만 찍은 가족사진이 걸렸던 곳이다. 친척 중에 누군가 엄마에게 물었다.
“왜 여기 가족사진이 있어 보기 좋던데 어떻게 했어요?”
엄마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하시며 말끝을 흐리신다.
동생의 부고를 받고 온 가족이 경주로 가는 길.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나 물어보는 엄마한테 자식들은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현장에 도착하여 자식들은 엄마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제삼자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입원실이 아닌 장례식장으로 안내되었는데 엄마는 뒤늦게 아시고는 “나를 데려가라”라고 몸부림쳤다.
평소 건강하였고 철인 별명을 가진 엄마는 친정에서는 맏딸로 시댁에서는 종부 댁 맏며느리로 한 많은 인생을 누리셨다. 오로지 기대하고 의지하던 장손인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기 전까지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엄마의 치매가.
엄마의 증상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때 자주 여행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 행복해? 좋아?”하고 몇 번을 물었다.
엄마는
“마~~ 외롭다.”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그때는 몰랐다. 단지 잘하려고 하는 딸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엄마한테 서운했고 정작 엄마의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어느 날, 횡단보도 건널 때 엄마의 손이 내 손을 힘주어 잡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손길이었다. 엄마는 절대로 손을 잡지 않는 혼자만의 강인함을 보여주시는 타입이었다. 그 순간, '엄마도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세월은 나에게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겪은 세월, 특히 동생을 잃은 그 아픔이 얼마나 크셨을지.
엄마와 함께했던 가슴 아팠지만 소중한 시간,
사진첩을 보며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족했던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횡단보도에서 내 손을 잡은 엄마의 앙상한 손을 잊을 수가 없다.
엄마의 삶에 깃든 세월의 이야기들을 엄마의 따스한 손길로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