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초를 좋아한다.
지난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집에서 속초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한 마을을 지나면 자연의 초록이 한참을 장식한다. 지루한 듯 지나다 보면 다른 마을이 나타나고 반복하다 보니 거의 마을 이름을 외우다시피 하였다. 이런 반복을 하다 보면 생각 정리가 되고 마음도 홀가분하게 털어지게 된다. 미시령터널을 지나니 초록의 자연이 펼쳐진다. 울산바위와 안개는 오늘 날씨를 가늠하며 정상을 향하여 조심스레 올라간다. 약간의 긴장감으로 스릴을 느낀다. 설악 정상을 지나 안도감을 느끼고 다시 굽이굽이 내려가다 보면 속초 시내가 보인다. 반전으로 속초는 맑고 청량한 파도가 넘실대는 듯 속초시가 보이면 그만큼 날씨는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왔다. 속초의 푸른 바다와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속초 영랑호에서 매화꽃을 보며 뒷배경 울산바위 설경은 속초만의 독특한 자연 계절감도 느껴보았다. 한화플라자에서 혹은 영랑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운동 후 사우나로 피로를 풀기도 하였다. 나만의 홀로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자연과 음식이 좋고 속초인심 또한 좋았다. 낙산에서는 한국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집 상호를 가진 카페에서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시던 커피가 생각났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닷가를 편하게 감상하기도 하였다. 커피솦 바로 앞 모래사장 위에는 사랑의 하모니로 연인 동상이 만들어졌으며 젊은이들의 새로운 낭만 포토존이었다. 아마도 촬영지 같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그 커피솦을 찾았으나 최근 도시가 개발되면서 흔적이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를 몇 바퀴 돌아봐도 높은 건물이 가득하고 내가 알던 풍경은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예전 커피솦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커피 향이 더욱더 생각났다. 주위에 차를 세우고 해변가를 걸었다. 그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이상하게도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남들은 수영도 하는데 나도 이참에 소나기에 몸을 맡겨보고 싶었다. 내리는 비는 해변 모래사장에 스며들었다. 많은 비가 온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졸지에 감성에 젖어든 센티한 여자가 되었다.
모래사장 깊이 파이는 발자국 하나하나 꾹꾹 눌러 담는 재미도 느껴 보았다. 걷다 보니 파도 소리에 먹구름은 점차 멀어지며 빗소리는 마냥 나지막해졌다. 해변에서 맞이하는 소나기는 오히려 내게 청량제 같은 경험이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었다.
때로는 자연을 통해 감정의 정화와 새로운 여정에 도움이 되는 순간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