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하는 말들

마음에 상처 입은 당신에게

by 이제은


나를 아프게 하는 말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뾰족뾰족 가시덩굴같이

시뻘겋게 생겼을까

굶주린 맹수

날카로운 송곳니같이

무시무시하게 생겼을까


왜 항상 가장 아픈 말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이

예고 하나 없이

찾아오는 것일까


방심한 나의 잘못일까

안일했던 나의 잘못일까

머릿속에 수많은 잘못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나를 더 바닥 깊숙이

깊숙이

끌어내린다


아픔은

모른척하려

고개를 돌려도

멈추지 않는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더 뾰족한 가시덩굴들과

더 무시무시한 송곳니들로

자라난다


어느새 나는

그 가시덩굴들에 갇혀

하얀 송곳니들

포로가 되어버린다


포로가 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으로 내 잘못들을

무한히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

그렇게 하면

조금 더 고통스워도

조금 덜 아프기 때문일까


정말

그렇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질까?

지금보다 나아질까?


아니,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결코

더 나아지지 않아.


아픔은

멈추지 않으니까.

사라지지 않으니까.

결코 고통도

아픔을 멈추지도

사라지게도

하지 못하니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가시덩굴들과

송곳니들은

나를 아프게 한 말들.

바로 그 말들임으로


자책은 이제 그만.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이제 모두 그만.

차라리 한바탕

큰 울음으로 토해낸 뒤

씻어버리자.


그러고 나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분명 한결 나아질 것이다

아픔도 나아질 것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말들은

더 이상 나를 아프게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슬프게 하지 못할 것이다


어제

가시덩굴과 송곳니들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비가 내린다

촉촉한 빗방울들이

가득 적신다


어제

아픔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새 살이 돋아난다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보듬어주는

예쁜 말들로

내 마음을

잘 돌보아야겠지.


그래서

아픔도

고통도

상처

아물고

아물어서

언젠가는

새살로

돋아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