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미역을 불리는 것이 아닐까?
마르고 딱딱해져
쪼그라들고 비틀어진
날카롭고 거칠어진 미역을
물에 넣어 불려야 한다.
미역은
원래 제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물을 흡수한다.
시간을 들여
그저
받아들인다.
미역은 저항하지 않는다
자신의 팔다리가,
자신의 몸 전체가,
촉촉이 스며드는 물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풀어져 가는 것을.
부들부들
미끌미끌
흐느적흐느적
태초에
일렁이던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던
그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그 자유로운 몸짓이
부러워져서
나는 한동안
불려진 미역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불려진 미역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참기름에 볶아진 소고기와 함께
휘적휘적 볶아주었다.
이윽고 고소한 냄새가
집안을 가득 메웠다.
반으로 큼직하게 썰어놓았던
하얀 양파 두 조각과
충분한 물을 넣고
불의 세기를 조절했다.
간은 소금과 국간장,
그리고 연두 조금으로 하면
맛있는 미역국이 완성될 것이다.
타이머를 설정해놓고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었다.
자꾸 머릿속에서
마르고 딱딱해져
쪼그라들고 비틀어진
날카롭고 거칠어진
미역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마치 미역이
그 날카롭고 거친
손끝으로 나를
쿠욱 쿠욱
찔러대는 듯했다.
아니,
가리키는 듯했다.
내 안에
자신과 결코 다르지 않은
마르고 딱딱해져
쪼그라들고 비틀어진
날카롭고 거칠어진
내 마음을 향해.
과연 내 마음도
한때는
상처 받을
두려움 없이, 걱정 없이
자유롭게 춤추고
마음껏 사랑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이리도 메마르고
딱딱해져 버린 것일까
이리도 두려움이
많아져 버린 것일까
삐이 삐이, 삐이 삐이
미역국이 다 되었다고
날카롭게 울려대는 타이머의 소리가
마치 울음처럼 들려왔다.
길을 잃은 아이의
두려움에 가득 찬,
서러움에 가득 찬
외로운 울음소리처럼.
먹음직스럽게 끓여진 미역국에
소금 조금, 국간장 조금,
연두도 조금 넣은 후
호호 불어 간을 보았다.
양파에서 우러나온 적당한 달달함과
고소한 참기름의 감칠맛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었다.
뜨거운 미역국 한수저를
꿀떡 목구멍으로 삼키고 나니
그 뜨거운 열기가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고
입안에는 미역국의 끝 맛이 맴돌았다.
문득 엄마가 끓여주셨던 미역국이 떠올랐고
어느덧 복잡했던 마음도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
어쩌면 마음이 복잡할 때는
그저 뜨뜻한 미역국 한 그릇을
호호 불어 꿀떡꿀떡 삼키고
그 뜨거운 열기가
메마르고 딱딱해진 마음을
스르르 스르르 풀어주기를
그저 기다려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 또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서
저항하지 않고
촉촉이 스며드는 감정들로
조금씩 조금씩
풀어져 가야 함을.
시간을 들여
그저
받아들여야 함을.
그래서 내 마음도
부들부들, 미끌미끌
흐느적흐느적 되게끔
기다려 주어야 함을.
그렇게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태초에
일렁이던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던
그때의 모습으로
나도 언젠가
언젠가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