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 한마디가

by 이제은

너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파고들어


날카롭게 찢는다



너의 말 한마디가


심장을 움켜쥐고


있는 힘껏 쥐어짠다



조각난 가슴과

눌려진 심장.

숨을 쉬고 싶은데

도무지 쉴 수가 없다


왜 똑같은 고통을

매번 겪으면서도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일까

너와 나는

왜 항상 양쪽 절벽 끝에 서서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일까


속상함도

서운함도

미움도

분노도

왜 저 절벽 끝으로 내던지지 못하고

양손에 가득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너를 알 수가 없다


나는 나를 알 수가 없다


그저 지금 나를 꽁꽁 에워싼

속상함과 서운함과

미움과 분노에 못 이긴 체

절벽 위를 서성이고 있을 뿐.



아니,

어쩌면 내가 서있는 지금 이곳은

결코 절벽 위가 아니라

이미 절벽 아래일지도 모른다


우린 이미 절벽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가

절벽 끝의 너를

그리고 나를

밀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추락하는 것도 모른 채

그저 너의 말 한마디에

찢긴 가슴과 눌려진 심장에

쉬어지지 않는 숨을

뱉으려고만 애쓰고 있다


내 마음이 너무 아프면

눈앞에 상대가 있어도

결코 제대로 보지 못한다

결코 제대로 듣지 못한다

고통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내 마음이 너무 아프면

내 마음밖에 보지 못한다

내 마음밖에 듣지 못한다

내가 아닌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다


내가 상처 받았듯이

상대방도 상처 받은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 모두 아파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경계선을 만들어야 한다.

지켜야 할 선을 만들어야 한다.

지친 하루의 끝에

하루 종일 쌓였던 감정이

애꿎은 상대방에게

폭발하지 않도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번엔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그전에 손을 뻗어

서로의 지친 어깨를 감싸주고

서로의 속상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한다면

그 어떤 속상함도

서운함도

미움도

분노도

우리는 함께 이겨내리라.

손을 맞잡고 이겨내리라.


나는 믿는다

우리가 분명 해낼 것을.

나는 믿는다

너를 항한 내 마음과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을.

그 마음들에 담긴

우리들의 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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