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머리의 온도

브레네 브라운-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

by 이제은


"세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묻지 마세요. 무엇이 당신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가 묻고, 가서 그 일을 하세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살아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 하워드 서만

"우리가 스스로가 자유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는 타인의 자유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바보 취급하고, 놀리고, 그들의 행동을 비웃고, 때로는 수치심을 줍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말이에요... 호피 인디언들은 "우리가 춤추는 것을 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라는 속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마음을 듣게 하는데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엄청 멋지고 완벽한 통제력이 있는 척하면서 보내기에는 삶은 너무 소중합니다. 우리가 웃으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보낼 수도 있는 우리의 삶 말이죠."

-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 브레네 브라운>



책에서 이 두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곧바로 내 동생 J를 떠올렸다. 그녀를 묘사하기 위해 두 단어를 고른다면 "살아 움직이다 (alive)"와 "자유 (free)"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J는 표현함에 있어 솔직하고 당당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부러워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그녀처럼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은 있다. 때로는 말과 행동에 있어 절제하는 습관이 나의 '표현'을 제한하지 않았는가 생각해본다. 특히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이성으로 말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더 우아하고 똑똑하고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구와 한편으로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이 뒤섞여 만들어낸 습관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따뜻한 마음과 차가운 지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크면서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어느 누구도 항상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오히려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선택들과 순간들이 우리의 심장과 머리의 온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통제력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또한 숨을 쉬는 법도 배우고 있다. 긴장을 풀고 참았던 숨을 내쉬고 들이 마쉬는 연습을. 인생은 재미있는 일들과 즐거움들로 가득 차 있는데 나는 매사에 왜 그렇게 진지할까? 항상 이성적이고 진지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특히 내가 지루하고 숨이 막힐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모험을 떠나 자유롭게 바깥세상을 돌아다녀야 할 시간이 아닐까?


그러니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매일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있다. 더 열린 마음과 취약한 마음을 가져도 괜찮다고. 꽉 진 두 주먹에서 힘을 빼고 가슴을 펴보자고. 그리고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후후후 소리 내 한번 웃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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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소리 내 웃어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심장에 다시 따뜻한 온기가 차오르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머리가 시원하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눈에 한껏 들어갔던 힘도 서서히 풀리며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피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지나가며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던 거울 속 내 얼굴을 바라본다. 순간의 어색함이 지나가고 다시 평온으로 돌아온 '나'를 만난다.


조용히 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의 두 검은 눈동자 속을 들여다본다. 무엇이 그렇게 속상하고 화가 났었던 것일까? 또다시 몰아치는 감정들에 휘말려 '나'를 잃어버리고 어둠 속을 방황하지 않았는가. 날마다 명상을 하고 글을 쓰면서도 그 글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매일매일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몸과 마음을 선비처럼 수양해야 하는 일이다. 용수철처럼 늘어났던 마음속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나'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나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을 떠올린다. 내 심장을 두근거리고 힘차게 뛰게 만드는 일. 내 머릿속에 반딧불이 같은 갖가지 영감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 그것은 바로 글로써 나의 삶 속의 모든 노래들과 춤들을 표현하는 것! 나의 마음이 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들으며 때로는 기쁘고 즐겁고, 또 때로는 슬프고 외로운 그 모든 노래들에 맞춰 춤을 추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삶을 진정으로 축하하며 (celebrate)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비비안 그린

“Life isn't about waiting for the storm to pass.
It's about learning how to dance in the rain.” —Vivian Greene




커버 이미지: Photo by Pascal Debrunn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