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는 그동안 어떤 말들을 했을까?
"너는 왜 그러니?
왜 못 받아들이니?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잖아.
너는 왜...
너는 왜..."
나는 네가 나아지기를 바라면서도 왜 정작 네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는가.
나의 말 한마디가 그동안 네 마음 안에 쌓였던
크고 작은 아픔과 상처, 외로움과 설움을 끝내 터트려
거센 감정의 회오리를 일으킨다. 쉼 없이 날카롭게 몰아친다.
네 몸과 마음은 또다시 부서지고 쓰러진다.
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주저않고 달려가
쓰러진 너를 부둥켜안고 너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그저 서로의 뜨거운 눈물방울들을 느낄 텐데.
나는 네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너를 외면하지는 않았던가.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는 것들에만 현혹되어
정작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또 놓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부단히 노력했는가?
네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네 감정에 공감하려는 노력
네 말과 행동들에 때론 뿌옇게 가려진 너라는 한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려 했는가...
아니, 어쩌면 그동안 뿌옇게 가려졌던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
너를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욕심과 욕망의 안경을 쓴 채 여태껏 너를 바라보았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이 안경을 벗어던지고 너를 바라보고 싶다.
감정의 회오리가 휘몰아칠 때마다 너의 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아야지.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지.
그래서 그 회오리 중심을 명확히 바라보며 그 안의 모든 아픔과 상처, 외로움과 설움을 용기 내어 마주할 수 있도록.
혹여 그 순간 무척 괴롭고 쓰라리더라도 서로에게 기대며 지친 마음을 정성껏 추스르고 가다듬을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가 함께 감정의 회오리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네 곁에는 항상 안전한 버팀목이 내가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마음껏 마음을 느껴도 괜찮다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이
나는 깨닫는다
변화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내게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새 작아지고 좁아진 내 마음에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새싹이 싹을 틔우듯 천천히 자라나고 있음을.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신기하게도
비 온 뒤 맑게 갠 푸른 하늘과 흰구름들이 눈에 들어오고.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피부로 느껴진다.
길가에 난 호기심 많은 작은 새싹이 나를 보며 묻는다.
"당신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
그래서 그 어떤 감정의 회오리가 찾아오더라도 끄떡없이 손을 맞잡고 서로를 지켜주는 것.
그리고 함께 노력하여 삶의 모든 아픔과 괴로움에서 진정 자유로와지는 것.
나조차도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나의 삶의 목표는
어쩌면 작은 새싹이 당장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답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보기에는 나도 아직은 작은 새싹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는 아직 작은 새싹 들일지도 모르지.
그 사실이 왠지 반갑고 희망차게 느껴진다. 초록 용기가 솟아난다.
내게 주어진 오늘이 감사하고 다가오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릴 일이다. 진정한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나는 자유라 부른다. - <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