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1

아인슈타인과 싯다르타

by 이제은


내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 아인슈타인을 만날 수 있다면, 현재로 그의 영혼을 소환할 수 있다면, 혹은 미래에 하늘나라에서 아인슈타인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면 꼭 한번 티타임을 갖고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위대한 생각들은 어떻게 탄생한 것입니까?


그의 인용문 (quote)들을 읽다 보면 매번 참 놀라움을 느낀다. 이제 서른이 갓 넘은 내가 이제 막 깨닫기 시작하는 인생의 진리들을 그는 이미 다 알고 있었는 듯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이렇게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경외심일까? 존경심일까? 이런저런 생각의 흐름 속에서 문득 희한하면서도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아인슈타인과 대화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런 대화가 되지 않을까?




일단 나는 아인슈타인을 만나는 티타임 자리에 싯다르타도 함께 데려갈 것이다. 왜냐면 두 사람은 아주 좋은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생각의 근거는 이 대화의 마지막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편의상 과거로 시제를 통일했다.) 우리 셋은 기분 좋은 햇살이 드는 큰 창문 앞에 사이좋게 마주 보고 앉아 각자 원하는 음료를 시킨 후 일단 자기소개로 시작했다. 나는 꼬르따도 (Cortado)를 시키고, 싯다르타는 망고라시,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글쎄, 어떤 음료든 당도가 최고로 많이 들어간 (뇌를 위한 에너지) 음료를 시켰다.


먼저 둘을 초대한 내가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 모두 건강히 잘 지내셨나요? 하하”


어색함을 깨기 위해 뜬금없는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다.


"시간의 흐름상 저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한 사람입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귀중한 두 분을 한 자리에 모신 이유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화해보고 싶어서입니다.”


난 아마 긴장한 나머지 이렇게 조금 횡설수설하며 첫 대화를 시도했다. 멋쩍게 웃으며 나는 애써 여유로워 보이려고 꼬르따도를 한 모금 마신 후 이어 말했다.


“일단 앞서서 제가 두 분을 매우 존경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짧다면 짧고 얕다면 얕을 수 있는 제 인생에 두 분은 지대한 영향을 끼치셨고 분명 앞으로 제 삶에 큰 변화를 주실 것입니다. 이것만은 정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저는 제 삶의 변화를 가능케 한 두 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 경이로운 변화가 저라는 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고 부디 이어질 수 있기를, 단 한 명에게라도 전해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나는 편안하게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던 그 둘의 손을 열정적으로 부여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간절한 표정과 목소리로 부탁했다. 특히 나의 눈썹과 미간을 이용해 마치 비 맞아 갈데없는 강아지가 마침 지나가는 선량한 자신의 미래 주인에게 매달리듯 최대한 간절하게 표정을 지으며.


이런 나의 간절함에 아인슈타인과 싯다르타는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붙잡힌 손이라도 빼어내자'는 생각에 나의 부탁에 동의했다. 그리고 내가 열정적으로 붙잡고 있던 손들을 놓아주자 혹시라도 다시 붙잡힐까 얼른 옆으로 자리를 조금 움직여 앉으며 자연스럽게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안도하며 음료를 마셨다. 그러고는 '어디 네 이야기를 한번 들어나 보자!' 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한번 헛기침을 하고 침착하게 말을 시작했다.


“두 분은 분명 어디서 갑자기 생뚱맞게 튀어나온 제가 의아하시겠죠. 물론 제가 선생님들 입장이어도 그럴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어이가 없다며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지도 모르죠. 후훗. 하지만 역시 선생님들은 지혜로우시면서 마음 또한 분명 관대하시리라 생각한 제 믿음이 맞았군요.” 조금 신이 난 나는 그새 살짝 경솔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급히 겸손한 말투로 바꿨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혹시라도 제가 경솔한 태도나 말투를 보이거나 한다면 언제라도 제 눈앞에 박수를 쳐주십시오. 대부분 보통 그러면 저는 바로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거든요.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나의 극 겸손한 말에 아인슈타인과 싯다르타는 그저 평온히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대화는 좀 길어질 수 도 있겠군요. 왜냐면 저는 제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면 쉽게 놓아주질 않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마침내 절대 이어졌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이외의 생각들과 연결고리를 찾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히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실수는 하고 싶지 않군요. (절대 두 분이 번데기들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인슈타인 님에게 여쭈어보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이런 말을 했죠.


삶의 목적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인가요? 지금 제가 사는 세상에 저는 어떻게 해야 선생님이 말씀하신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또 선생님이 정의하시는 성공이란 단순히 꿈을 이루거나 부자가 되는 그런 것들과 다른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삶의 목적으로 가진 사람들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건가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나의 질문들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허허 웃으며 나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네는 참 흥미롭단 말이야. 자신의 머릿속에 마치 생각들이 빛처럼 혹은 빛의 속도로 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들 것 같군.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하겠지. 그 생각들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체 그 생각이 순식간에 다른 생각들로 변하며 마치 수많은 점들이 이어지듯 어떻게 보면 하나로 이어지는 기분일 테야.


그런 생각들이 일초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이 날아다녀서 자주 두통을 겪을지도 모르겠어. 마치 너무 많은 태스크(task) 들을 동시에 작동시켜서 과부하된 시스템 같이 말이야. 그런 자네에게 어쩌면 지금 먼저 필요한 것은 그 질문들의 답이 아닌 자네의 생각들을 빅 피쳐로 보는 능력이지. 어떤 이들은 전지전능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쉽게 말해서 2차원적이 아닌 3차원적으로 마치 위에서 지금 우리들을 바라보듯 이 모든 것 위에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능력이지.”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저도 어떤 책에서 읽었어요. 그 작가는 우리가 미로를 나가지 못해서 헤매는 이유는 미로를 2차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3차원적으로 선생님의 말씀처럼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듯 바라보면 그 어떤 미로든 출구로 나가는 길을 명확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죠.”


“그래, 비슷한 원리이지. 자네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어디에 활용하는 법만 몰랐을 뿐이지. 자, 다시 한번 자네의 폭포 질문들로 돌아가 보세. 그리고 눈을 감고 다시 한번 그 생각들을 떠올리고 그 흐름을 찾아봐. 그리고는 그 흐름의 끝에 다다랐다면 3차원의 시선으로 그 생각들을 보게나. 어떤가?”


“음.. 선생님 말처럼 쉽진 않군요. 일단 생각들을 떠올리긴 했는데 이번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좀 의식해서 그런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괜찮아. 당연히 부자연스럽겠지. 자고로 생각이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가장 건강한 느낌을 주는 법이니까. 분명 연습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네. 그리고 습관이 된다면 자네는 그 어떤 생각을 하던 그 생각과 그 생각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네. 또한 생각을 함으로써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자신의 그릇/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것이라네. 동시에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자네가 사는 이 신비로운 세상의 비밀들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즐거운 호기심의 샘물을 얻은 셈이지. 그것은 아마도 자네가 자네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귀중한 선물일 것이야. ”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있지. 영원성, 생명, 현실의 놀라운 구조를 숙고하는 사람은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네. 매일 이러한 비밀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푸는 것으로 족하지. 신성한 호기심을 절대 잃지 말아야 한다네.



나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눈을 감고 내 생각들을 떠올렸다. 아까처럼 부자연스럽게 이어지긴 했지만 순식간에 이쪽저쪽 날아다니던 생각들이 나름 균형을 갖추며 제자리들을 찾는 모습이 보였다. 그 생각의 흐름을 반복/연습을 하면 할수록 좀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큰 그림을 위에서 바라보듯 내 생각의 흐름과 그 생각들 안에 담긴 나의 과거, 지식, 그리고 감정들이 조금씩 보였다. 결국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다는 말의 뜻은 내가 내 생각들이 완전히 이유 없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며 그 생각들 하나하나가 이어지는 데에는 나 개인의 과거, 지식, 그리고 감정들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핏 보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잇고 균형을 갖춘 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내 무의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인 걸까?




총 10편으로 이루어진 창작 소설입니다. 아인슈타인 님의 명언들에 영감을 받아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싯다르타는 제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의 글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들어낸 상상 인물입니다. 아인슈타인 또한 그의 명언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상상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