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서 계속 눈을 감았다 뜨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심각한 얼굴로 중얼중얼거리자 이번엔 옆에서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싯다르타가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머릿속이 꽤 많이 복잡할 것입니다. 생각들에 대한 생각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만약 우리가 아무 일도 안 하고 그저 우리들의 생각들에 대해서 생각만 하고 산다면 그 어느 누구도 두통에서 자유롭진 못하겠죠. 후훗”
난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내가 내 생각들에 대해서 생각을 1시간, 아니 30분 이상 한다면 과연 내 머리채를 부여잡고 미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너무나도 끔찍한 생각이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을 크게 떴다. 싯다르타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의 복잡한 머릿속을 차분하게 식혀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을 터득하면 당신은 나아가 당신의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도 있습니다.”
생각들로부터의 자유라. 마치 내가 마시던 쌉싸름한 꼬르타도가 아닌 보기만 해도 달달 해지는 싯다르타의 샛노란 망고라시의 달달함 같은 그런 자유란 말인가? “그런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당장 알려달라고!!!”라고 큰소리 내 말하는 대신 나는 내 꼬르따도 옆에 있는 얼음이 가득 든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싯다르타는 평온한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바로 명상이랍니다. 누구든 명상을 한다면 자신들의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냥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고 해서 진정한 명상이라 할 수 없죠. 자기 자신과 깊은 관계, 즉 커넥션을 맺고 마음을 열어주는 명상이어야만 가능하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과연 내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명상을 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몇 권의 명상 관련 책들을 재미로 읽고 책에 나온 대로 따라서 하루 한번 10분 내외로 눈을 감고 심호흡한 것이 전부였다. 분명 그 책들을 읽는 순간에는 나도 제대로 명상해보고 싶은 욕구가 굴뚝같았으며 그 후 며칠 동안은 나름 열심히 10분 명상을 했었지만 싯다르타가 말한 나 자신과 깊은 커넥션을 맺지도, 마음을 열지도 못했던 것 같다. 과연 싯다르타가 말하는 ‘커넥션 명상’은 어떤 것일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그럼 이해하기 쉽게 커넥션 명상이라고 부르지요. 명상을 할 때에는 조용한 곳에서 호흡을 통해 몸과 머리, 그리고 마음을 안정시킨 후 자신과 대화를 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신이 열이 나는 마음을 가라 앉히기 위해 벌컥벌컥 들이켠 냉수 같다고 생각하면 쉽지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적당한 온도로 몸과 머리, 그리고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당신의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움직여 머리가 너무 뜨겁고 그러므로 몸과 마음도 쉽게 피로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에 호흡을 통해 스스로를 안정시키고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가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이 생각들이 어디서 왜 오는 것인지, 이 생각들의 근원을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들에는 모두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과거, 지식, 그리고 감정들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는지, 또 왜 그런 연관이 되었는지 알아야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의 숨은 혹은 내재된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또 그렇기 때문에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마주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명상은 간편하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가 말하는 커넥션 명상은 확실히 엄청난 용기와 의지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내가 나 자신의 무의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용기가 있을까? 나도 알지 못하는 무섭도록 어둡고 위험한, 어쩌면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마치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과 고통스러움과 마주해야 할지도 몰랐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내 무의식 속 깊이 꾹꾹 누르고 눌러서 단단히 숨겨놓은 기억들 마저도 도망치지 않고 하나하나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어쩌면 나을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오른 속 엄지와 검지 손톱으로 왼손 손톱을 연신 튕겼다. 이를 본 싯다르타는 평온한 미소를 띠며 따뜻하고 조용한 창밖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세상엔 참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지요? 그 어떤 것도 말이죠. 우리가 저마다 늘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 하나마저도 제대로 대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습관처럼 하는 생각과 말, 행동들 모두 아인슈타인 선생님 말씀대로 3차원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참으로 놀라운 진실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절대 사소하지 않은 그런 진실들을 말이죠.”
사소하지 않다라… 그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다는 말. 내 안의 모든 생각들과 그 안에 들어있는 내 과거, 지식, 그리고 감정 그 어느 한 부분도 사소하지 않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제각각 중요한 진실이라는 뜻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