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툭 치면 금방 열릴 것 같은 문을 한참 동안 낑낑 대며 간신히 열고 난 후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탁한 그 집 가운데에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화분 안에는 잎사귀가 조금은 노랗게 변해버린 작은 새싹 두 잎이 있었다. 힘없이 쳐진 엉성한 이파리가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는 이 작은 화분에 담긴 이 이파리에 대해 두 사람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싯다르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 작고 힘없는 새싹과 대화해보세요. 그 새싹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왜 홀로 그 작은 언덕 집 안에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작은 화분 옆에 다가가 조용히 옆에 앉아 새싹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몇 번을 말해도 새싹은 대답이 없었다. 물끄러미 새싹을 바라보는데 새싹의 노란 두 잎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물 한 컵을 가져다가 작은 화분에 천천히 조심스레 물을 부어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움츠려있던 작은 두 잎이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새싹이 말하기 시작했다.
새싹은 말했다. 자신은 원래 아름답고 평화로움이 가득한 샤이어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어느 날 이 작은 화분으로 옮겨져왔다고 했다. 샤이어 마을에서 이웃 식물들과 동물들과 함께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싱그러운 이파리들을 정성스레 가꾸며 지내왔었다. 그런데 얼마 후 샤이어 마을에는 한바탕 큰 폭우가 몰아쳤고 그때 자신은 이 언덕 집 밖에 홀로 놓여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없는 어두운 하늘 아래서.
큰 폭우가 지나 간 후 새싹은 자신의 눈 앞에 저마다 평온하게 자라는 작은 식물들과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여유롭게 움직이는 작은 동물들을 쳐다보며 너무도 상처를 받았다. 아무도 자신을 돌봐주기는 커녕 괜찮냐는 안부 인사 한마디 해주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가 싫었었다. 사실은 굉장히 속상했다. 한때 샤이어의 푸른 초원처럼 싱그러웠던 자신의 유일한 자랑이었던 자신의 이파리들이 너덜너덜해지고 누렇게 변해버린 후에 새싹은
온 힘을 다해 몇 날 며칠에 걸려 자신 스스로를 그 언덕 집 문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버렸다고 했다.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흐른지도 모른 채 어둡고 컴컴한 집안에서 그저 시간을 버텨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새싹의 이야기를 소리 내어 두 사람에게 해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을 깨달았다. 곧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렇군요. 당신의 마음의 샤이어 마을 속 한 언덕 집에 홀로 작은 화분 안에 살고 있던 새싹에게는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이군요. 이 새싹 또한 당신의 내면 혹은 무의식 안에 존재하는 어떤 생각과 감정들의 결정체 인 셈이죠. 방금 당신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새싹의 이야기는 결국 당신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란 것입니다. 당신이 그동안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이 새싹을 통해 스스로에게 온전히 전달한 것입니다. 당신이 힘들고 괴로울 때 당신 혼자 그 시련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기억들, 그리고 마치 당신 주변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에서 당신이 느낀 감정들은 아마도 이 새싹이 느낀 감정들이겠죠?”
그렇다. 나는 내가 힘들 때마다 나 스스로를 더 꽁꽁 싸매며 '그렇게 해야만 버텨낼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가두어 살아왔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좌절감으로 스스로를 더 강하고 독하게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그래야만 버터낼 수 있다고 수백 번 수만 번 되뇌면서 말이다. 내 주변에 나를 걱정하고 내 아픔을 함께 아파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는 잊고, 아니 어쩌면 어느 순간들에는 알았으면서도 외면하며 스스로를 더 독하게 더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야만 해’라는 변명을 끊임없이 주문처럼 새뇌시키며 말이다.
이번에도 내 마음을 꿰뚫어 보듯 싯다르타가 말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이 굉장히 많이 아프고 괴로울 것입니다. 당신은 그동안 꼭꼭 닫아 놓았던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그 감정을 느끼세요. 그리고 다시 새싹을 바라보세요. 어떤 마음이 드나요? ”
나는 그 어두웠던 폭풍과도 같은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내 마음을 그대로 지나가도록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새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새싹의 힘없는 이파리를 소중히 만져주었다. 내가 말했다.
그래. 그렇게 느껴도 돼.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나는 우리가 둘 다 참 대견하게 느껴져.
그리고 오랜 시간 혼자 씩씩하게 버텨내줘서 참 고마워.
네가 있어서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는 거야.
이제 우리 같이 아름다운 샤이어 마을로 돌아가자.
내가 너를 소중히 안아서 함께 이 문밖으로 나갈게.
새싹과 나는 눈을 마주쳤다. 어느새 새싹 또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새싹이 담긴 작은 화분을 조심스레 들어 올려서 가슴에 안고 문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처음에 새싹은 마치 내가 처음 샤이어 마을의 문을 열었을 때처럼 온몸을 향해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에 눈이 부신지 작은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나는 말했다.
괜찮아, 눈을 떠도 돼
그러자 새싹이 천천히 눈을 뜨고는 자신의 언덕 집 밖에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샤이어 마을을 가득 눈에 담았다. 새싹과 나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다시금 우리들의 존재 자체를 부드럽게 끌어안는 이 샤이어 마을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우리는 함께 전율을 느꼈다.
원래 새싹이의 이야기는 제 동생 J가 만든 짧은 그림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이 글과 함께 새싹이의 이미지를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준, 그리고 저에게 항상 많은 영감과 도움을 주는 제 동생 J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겠습니다!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