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4

마음의 문

by 이제은


나는 싯다르타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방금 깨달은 것은... 딱히 나 스스로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하는, 내 안의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이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이 은연중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과 생각들은 단순히 존재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할 때에 내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그 생각에 분명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놀란 내가 "헉" 하는 소리를 내자 싯다르타는 읊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후훗. 당신은 나의 가이드 없이 당신 스스로의 마음으로 한 단계 내려가기 위해 이미 발걸음을 띄운 듯하군요. 좋아요. 아주 좋아요. 매우 긍정적인 변화예요.


자 그럼, 제가 당신의 등불이 되어
우리 함께 당신의 마음 안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일단 이 한 단계 깊은 커넥트 명상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당신의 몸과 머리, 그리고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데려오세요.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그 말에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윽고 싯다르타의 나긋한 목소리가 마치 멀리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처럼 서서히 들려왔다.


“그럼 당신의 마음속에 계단들을 떠올려보고 지금 서있는 계단 바로 아래로 발을 디뎌보는 겁니다. 당신의 오른손에는 등불이 들려 있으니 안심하고 천천히 내려가 보세요. 그러면 당신 눈앞에 문이 하나 보입니다. 이제 당신은 손잡이를 밀어 그 문을 열어봅니다.”


나는 새벽 12시쯤 되는 깜깜하고 썰렁하게마저 느껴지는 고요한 내 마음속 계단을 한걸음 내려가 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내 눈 앞에 작고 둥근 문 하나를 발견했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 문을 열었다. 싯다르타는 정말 내 손에 든 등불처럼 나와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 때마침 나에게 물었다.


“이제 그 문밖으로 어떤 것들이 보이는지 우리들에게 말해줄 수 있나요?”



문을 열자 난 갑자기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셔 얼른 내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하지만 곧 온몸으로 느껴지는 따스함에 나도 모르게 천천히 손을 내리면서 문밖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천장을 가득 메운 파아란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싱긋한 푸른 초원이었다. 한번 숨을 들이마시자 그곳의 바람에 깃든 평화롭고 싱그러운 내음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house-2616607_1920.jpeg


저마다 평온하게 자라는 작은 식물들과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여유롭게 움직이는 작은 동물들이 있었다. 그것들 사이에는 조금씩 떨어져 있는 언덕들이 있었는데 고개를 내밀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들은 작은 문들이 그려진 언덕 집들이 아닌가? 이것은 분명 나와 내 동생 J가 가장 좋아하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들의 집, 즉 샤이어 (Shire) 마을인 것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는 흥분한 체 싯다르타와 아인슈타인에게 문밖의 샤이어 마을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싯다르타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당신의 마음 안에 이 샤이어 마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군요. 아마 평소 좋아하고 심지어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겠군요. 그리고 방금 처음으로 당신 마음 안에서 당신의 두 눈으로 그 존재를 보고 느낀 것이지요. 그 따스함과 향기를 기억하세요.


앞으로 당신이 언제든 빠르게 이 샤이어 마을을 찾아오도록 당신을 인도할 것이랍니다.


그럼 우리 모두 기분이 한결 좋아졌으니 힘을 내서 그 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나와 아인슈타인은 마치 유치원 어린아이들이 선생님께 씩씩하게 대답하듯 "네"라고 대답한 후 다시 싯다르타의 말을 경청했다.


“이제 당신의 마음에 존재하는 이 샤이어 마을 안에 지어진 작은 언덕 집들 안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한 번에 한 집씩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니 당신이 지금 가장 들여다보고 싶은 집을 골라 그 안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내 샤이어 마을에 있는 여러 언덕 집들을 바라보며 그 가운데 있는 가장 작은 크기에 작은 문을 가진 집을 선택했다. 왠지 큰 집안에는 더 무시무시한 오크나 심지어 동굴 거인 (케이브 트롤)들이 나올까 싶었기 때문이다.


“집을 선택했다면 이제 그 안을 잘 살펴보겠습니다. 그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을 활짝 열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