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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22. 2024

풀잎의 마음

마음을 연다는 것은

잠시 풀잎이 되어 보는 일

하루를 다정한 하늘과 해님을 맞이하며 시작하고

장난스러운 구름과 바람과 놀아보며

밤에는 옷을 갈아입은 하늘의 달님과 별들을 벗 삼아

지나간 긴 하루를 평온 속에 마무리하는 일


불어오는 바람결에 따라 누워보았다가도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일어나는 일

내려오는 빗방울에 몸을 적셔보았다가도

비가 그치면 다시 몸을 말리는 일

내리쬐는 햇빛을 듬뿍 받아보았다가도

해가 저물면 다시 몸을 식히는 일


내 가느다란 몸뚱이에 살며시 걸터앉은

차갑고 투명한 이슬방울 하나를

내 집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처럼

기쁜 미소로 맞이하는 일

내 삶에 찾아온 모든 이들도

다름 아닌 찬란한 이슬방울들임을 깨닫는 일


마음을 연다는 것은

그 어떤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풀잎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아무 데도 갈 수 없음에 슬퍼하기보다는

내게 찾아와 준 모든 이들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삶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는 일


마음을 연다는 것은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고독, 분노와 절망, 아픔과 두려움들이

마음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

그래서 그 감정들이 편히 쉬었다가

미련 없이 미움 없이 떠날 수 있도록

그저 놓아주고 바라보아주는 일


마음을 연다는 것은

하늘처럼 넓은 마음으로 나와 다름을 수용하고

구름처럼 부드럽게 나를 인정하는 용기를 갖는 일

또 바람처럼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며

해님처럼 따뜻하고 친절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믿음과 사랑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일




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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