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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24. 2024

축복

내가 무심하게 흘려보낸 시간 속에

차마 전하지 못한 내 진심과

차마 들어주지 못했던 당신의 진심만 떠올라

서글픈 바람소리와 고독한 달님과 함께

마음속으로 깊이 반성해 보았습니다.


짓궂은 꽃샘추위 속에 파묻혀 고개를 숙인 봄처럼

내 굳은 의지도 온갖 이유들의 추위 속에 파묻은 체

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적이 많았습니다.

뒤늦게나마 눈을 뜨고 귀를 열었을 때는

이미 날은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밤이었습니다.


사무치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나는 물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새벽의 삶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오늘도 이곳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건가요?

도대체 삶이 무엇이길래 매일밤 나를 뿌리째

흔들고 또 흔들어 끝내 무릎을 꿇게 만드는 건가요?


한 사람으로 태어나 내가 매일 해야 하는 일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해나가는 일이지만

나는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이기적인 욕심을 오늘도 차마 내려놓지 못한 채

양팔 가득 욕심들을 껴안고 뒤뚱뒤뚱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소처럼, 거북이처럼, 또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주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며

잊고 있던 행복의 기억들이 뭉게뭉게 떠올라

텅 비었던 가슴 한가운데가 갓 지어진 쌀밥 같은

단순하고 순수한 기쁨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내가 크나큰 축복을 얻어

이 세상 속에 기적적으로 태어나

나라는 한 사람으로

마음을 다해 오늘도 살아갈 수 있음에

깊은 경외와 감사가 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내 머리와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마음도 함께 다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었습니다.

마음을 다 한다는 것은 남을 위해

무조건 양보하거나 배려하는 일이 아닌

그저 내 마음을 열어놓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나 스스로를 친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자연히 남들도 친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내가 나 스스로를 예쁜 눈빛으로 바라보면

자연히 남들도 예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듯이

모든 변화는 내게서 시작되어 세상으로 흘러나갑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무쳐 올랐던 내 가슴이 비로소 숨을 쉬게 되듯

내가 건넨 따뜻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꽃샘추위 속에 한 송이 꽃을 피워내

기어코 봄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내가 매일 해야 하는 일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멈추지 않고 묵묵히

일상 속에서 해나가는 일입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며

내가 받은 축복을, 그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랑을,

그 눈부시고 따뜻한 사랑을 오늘 꼭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사진 - 이제은


우리 마음은 언제든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

작고 사랑스러운 꽃봉오리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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