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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28. 2024

편백나무 노천탕

어제 오후는 하늘에 구름이 끼고 날씨가 좀 흐리며 쌀쌀했습니다. 나는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며 느긋하고 따뜻한 목욕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습니다. 적당히 좋아하는 온도의 물속에 몸을 푹 담근 체 눈을 감고 소프트 재즈 음악을 듣는 거죠. 거기에 감미로운 차나 예쁜 빛깔의 와인도 곁들여 나만의 멋진 휴식 시간을 즐기는 겁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고요한 평화의 시간.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전에 스파에 갔을 때 노천탕의 편백나무 향기가 참 좋았었는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핸드폰 꺼내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을 시작한 검색이 점차 열기를 더해 어느새 나는 내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편백나무 관련 제품들을 찾아보며 어떤 제품이 가장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점차 커지며 나중에 내가 살 집 뒷마당에 노천탕을 만들어야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이어졌고, 또다시 그 계획은 현재 내가 그 집에 살고 있지 못한다는 불만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째서 나는 편백나무 노천탕이 뒷마당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지 못한 거지?" 나는 방 안에서 혼자 한탄하며 급격히 우울해졌습니다. 만약 내가 멋진 편백나무 노천탕을 가진 집에서 살고 있다면 나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아 검색을 멈추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씁쓸한 마음을 달래려 서둘러 겉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15분 정도 빠르게 걷고 나자 머리가 차츰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속도를 늦춰서 산책하듯 걷자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잠시 머리의 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내 안에서 내 밖으로 향했습니다.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그 안에 환히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도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키가 큰 나무들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아직 다소 차가운 바람의 포근한 손길도 느껴졌습니다.


나는 참고 있던 숨을 천천히 길게 내뱉으며 눈으로 보았던 풍경과 미소들, 귀로 들었던 아름다운 노랫소리, 그리고 얼굴로 느꼈던 바람의 손길 모두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셔보았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마법처럼 떠올랐습니다.


행복해지는 것은 매우 단순하지만, 단순해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알듯 싶다가도 알지 못하는 것이 사람 마음인 것 같습니다. 행복은 그저 순간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임을 또 잊고 나는 행복의 그림자를 쫓아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이렇게 나의 실수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어쩌면 나는 오늘 운이 매우 좋은 편인지도 모릅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편백나무 노천탕은 나중에 스파에 다시 가게 되면 실컷 즐기고 오면 되겠지요. 기다리고 고대했던 만큼 그 순간은 그 순간대로 기쁘고 즐거울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지금 여기서 충분히 그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마음속 편백나무 노천탕에 들어앉아 충분히 휴식을 만끽했기 때문이죠. 편백나무의 그윽한 향을 가득 맡으며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의 춤소리, 그리고 드넓은 하늘이 차츰 오렌지빛 노을로 물들어가는 것을 나는 원하는 만큼 마음으로 깊이 느껴보았습니다. 그러자 온몸의 긴장이 사르르 풀리며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의 휴식임을 알아차리는 지혜, 그 지혜가 당신의 지금 이 순간에 충만한 휴식을 선물하기를 바라봅니다. *^___^*




사진 - Nishimuraya Hotel from Forbs.com



당신의 하루에도 마음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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