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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Mar 31. 2024

시간의 밀도와 완급

토요일 아침 스포티파이 (음악 어플)에서 제 취향에 맞춰 만들어준 calm morning classical mix를 틀자 평소 즐겨 듣던 잔잔한 클래식 음악들이 흘러나왔습니다. 매일 아침 그러하듯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며 5분 정도 오늘 하루를 맞이해 보았습니다. 깨어남과 동시 어제의 일들은 어제에게 맡겨두고 어느새 창밖을 훤히 밝힌 하늘을 바라보며 곧 펼쳐질 오늘을, 그 안의 새로운 만남과 배움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잠들기 전 읽었던 사이토 다카시의 <곁에 두고 읽는 니체>의 글귀들이 맑은 하늘 위로 떠올랐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탄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시간은 밀도와 완급에 따라 우리에게 혼돈과 곤경을, 멈춤과 추락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을 감지해서 도전할지 멈출지를 판단하는 데서 인생의 승패가 갈린다.

모든 일의 시작은 위험한 법이지만, 무슨 일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시간에게도 밀도와 완급이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놀라웠습니다. 혹시 작가는 어떤 시간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 안의 상태를 가리켜 밀도와 완급이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어떨 때는 마음이 생각과 감정들로 꽉 차고 무거워져서 바다 깊숙이 가라앉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그 마음이 풍선처럼 가벼워져 날개를 달고 구름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지요. 그러하면 마음이 꽉 잡아당긴 고무줄처럼 끊어질 듯 팽팽하게 긴장하고 날이 서 있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로 그 마음이 찹쌀떡처럼 쭈욱 늘어나 그 안의 푸짐하고 달콤한 앙금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하지요.


앙금, 특히 팥 앙금 생각에 갑자기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던 찰나에 푸치니의 Nessum Dorma가 흘러나왔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아무도 잠들지 마라”라는 뜻이 Nessum Dorma의 감미로우면서도 웅장한 선율에 마치 제 마음의 현들이 연주되듯 저는 꼼짝없이 음악에 사로잡혔습니다. 아주 사소해서 까마득히 잊고 있던 시간들이, 미처 제때 두 손에서 놓아주지 못해 나를 떠나지 못했던 시간들이 현들의 진동을 타고 하나 둘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을 어둠 속에 묻혀있던 시간들은 결코 저를 원망해 보이지도, 억울하거나 슬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살며시 입가에 미소 지은 채 떠나기 전 저를 바라보았지요.


나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시간들이 나를 떠나 흩어져 깊은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내게 남겨준 평온을 조용히 감상해 보았습니다. 마음이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해졌습니다. 그 속에서 마치 봄의 소식을 듣고 고개를 내미는 푸른 새싹처럼 특유의 씩씩함과 굳은 의지를 가진 니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그렇습니다. 모든 일의 시작에는 불확실성과 불안이 따릅니다. 그래서 때로 그 위험이 두려워, 받을 상처와 고난의 쓰라림이 두려워 우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추어버립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낮은 상태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을 시작해서 실패했을 때가 아닌 아무것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절망에 빠졌을 때가 아닐까요? 니체 또한 그런 순간들을 무수히 겪었기에 그는 진심을 담아 우리를 향해 간절히 외치는 듯합니다. 절망과 좌절 또한 그저 삶의 일부라는 것을요. 삶이라는 바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수많은 파도들 중 하나라는 것을요. 우리가 바다에서 헤엄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정말 멋지고 끝내주는 파도는 분명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웃으며 말하겠죠?


“그래, 이것이 삶이었지! 자 그럼 다시 한번!!!”





https://youtu.be/MgDVDSsjdYE?si=XPEI0RAGYGacGoqK

Hauser의 첼로 연주 Nessun Dorma를 들으며


창밖으로 이 모습을 보며 쓴 글입니다. ^^


새로 구입한 캘리그라피 붓들을 써보았습니다. 일단 시작해보니 재밌고 즐겁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이겠죠? *^-^**



**브런치의 많은 작가분들의 좋은 글들을 읽으며 나날이 큰 배움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글을 쓸 때마다 저의 글에 영감을 주신 작가님들의 글도 함께 넣어 감사를 드리며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삶은 축제이고 글쓰기 또한 삶의 큰 축제의 장이니까요. 서로의 글을 통해 사유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글이 탄생하니 글을 쓰고 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 글을 쓰며 시간의 밀도와 완급에 대한 생각은 꽃보다 예쁜 여자 작가님의 글에서 얻은 영감속에서 피어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영감이 마음에 새겨져 새로운 글로 탄생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0afe4f4ba5ef4a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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