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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Apr 02. 2024

Misunderstandings, 오해들

상처가 아닌 사랑을

슬픔이 아닌 웃음을

외로움이 아닌 온기를

네게 주고 싶었는데


나를 보호하고자 날카로운 상처를 주고

지키지 못한 약속들로 슬픔을 주고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아 외로움을 주고

그렇게 주고도 미처 알지 못했지


나는 너와 싸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맞고 틀리고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었는데

나만 이해해 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저 함께 시간들을 겪어내고 싶었던 것뿐인데


화살이 되어 네 마음에 박힌 내 말들을

내 손으로 직접 뽑아 그 상처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면

나는 후회 속에서 모든 화살들을 한데 모아

네 마음 한가운데 모닥불을 지피고 그 곁을 지키고 싶다.


얼어붙은 네 마음이 녹아 끝내 강이 되어 흐를 때까지

나는 온 힘을 다 바쳐 진심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리

네 상처가 다 아물고 네 슬픔도 다 마른 뒤

네 외로움 속에서 꽃이 피어나 네가 다시 미소 지을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을 가로막았던

모든 오해들이 걷히고 오직 투명한 진심만이

우리들의 하늘 위로 무지개처럼 피어나

삶이 꿈이 되고 사랑이 우리가 되는 그 순간까지




사진 - Unsplash



이번 글은 은수 작가님의 브런치북 <오해를 푸는 사람>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되돌아보며 써보았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언제나 오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오해를 대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며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함께 고민해 보았습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당당하게 말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 가치들을 유연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사랑입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모습의 사랑이 존재하지요. 그 사랑의 중심에는 진심이 있고 진심은 내가 나를 제대로 알고 있을 때 가장 분명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란 사람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지요. 나의 부족한 점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나의 좋은 점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나는 비로소 자유가 됩니다. 그리고 그 자유가 내가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치지 않고 더 큰 시선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끔 도와줍니다.


이런 마음자세에 이르렀을 때 오해를 대하는 나의 모습도 함께 변화합니다. 지금까지 나는 오해 속의 감정들 (억울함, 고통, 분노, 슬픔) 들에 빠져 그 오해를 차마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지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들은 오해를 풀기 위해, 그래서 내가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오해를 풀려고 굉장히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풀린 오해들은 내가 원하던 마무리 (Closure)를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분명 오해는 풀렸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또 일상 속에 금방 잊히며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습니다. 어제도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다행히 큰 오해가 아닌 작은 오해가 한두 개 있었음에 혼자 안도하며 침대에 몸을 눕혔습니다. 그러자 하루종일 긴장하고 있었던 몸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어 좋은 노래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Carla Bruni의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곡을 틀었습니다.



https://youtu.be/fi3I9mxc9WI?si=k0iXFq7JvaQrhFxJ​​​​​​​



노래가 한참 끝난 뒤에도 The winner takes it all (이긴 사람이 다 차지하고)이라는 가사가 쉽게 잊히지 않아 그저 하얀 천장을 오래도록 응시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 속에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밤의 어둠 위로 일렁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왜 이긴 사람이 다 가져야만 하는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아닌 슬픔 그 자체를 삼켜버린 듯했고 마치 조개가 자신의 살을 파고드는 모래알로 진주를 만들어내듯 그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노래라는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픔을 진주로 만드는 것만큼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까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슬픔은 깊은 후회와 때론 자책을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슬픔보다 나를 더 슬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승자와 패자가 없다면, 그저 우리밖에 없다면, 이 많은 슬픔들이 태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수많은 슬픔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슬퍼하지도 못한 채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또 헤매었습니다. 어딘가 받아들여질 곳을 간절히 찾으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매일같이 헤매었지요.


그 방황하는 슬픔들을 품은 나 또한 간절한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물음에 시인 루미는 그의 시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잘랄루딘 루미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중에서



그렇습니다. 만약 제 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분명 제 심장, 제 마음으로도 세상 안의 무수한 마음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름 아닌 제가 풀 수 있는 오해들을 마음을 다해 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과는 달라졌지요. 오해를 풀기 위해 오해를 풀려는 것이 아닌, 우리 안에 오해를 통해 생겨난 슬픔과 많은 감정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일이 가장 우선이 되었습니다.


나는 먼저 나의 말들과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솔직하게 반성하고 고칠 점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취약함이 매우 낯설고 불편하여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데 매우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갔습니다. 스스로에게 취약함은 나약함이 아니다, 그러니 방어적이 될 필요가 없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을 기억해라라고 자꾸 말해주고 또 말해주었습니다. 마치 나의 가족과 친구에게 말해주듯 따뜻하게 몇 번이고 반복하며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을 감싸 안고 있던 얼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함을 느꼈습니다.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얼굴엔 드디어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되돌아본 뒤에는 상대방의 말들과 행동들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상대방의 진짜 마음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들 속에 감춰진 진심, 그 속 마음을 알아보아 주는 일, 그것이 바로 내가 상대방에게 바랬던 일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해주며 사람의 마음이 통하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먼저 열린 마음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시인 루미가 자신의 시에서 이야기했듯 우리의 마음은 그 한계가 없어 그 어떤 슬픔과 고통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있고 나아가 품어줄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 있습니다.


나는 그 힘과 능력은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덜 슬프고 덜 고통스러울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함께 해보았지요. 나름 머리를 감싸며 혼자 열심히 고민해 보았지만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전보다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여유로워졌습니다. 단지 질문들을 고민해 봄으로써 이렇게 마음이 한결 나아질 수 있음 그 자체에 놀랍고 기뻤습니다. 당장 정답을 찾지 못해도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음에 감사했습니다.



세상엔 때론 아무리 노력해도 풀지 못하는 오해들도 있습니다. 오해의 종류와 깊이, 범위, 심각성도 모두 다 제각각입니다. 그중에서 이 글에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오해는 나와 내게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오해입니다. 자칫 후회와 자책, 혹은 허전함과 슬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들을 어떻게 하면 풀고 또 나아가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마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듯 생각들을 길어 올리며 글을 썼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또 한 번 깊은 사유에 잠길 수 있어 글을 쓰는 내내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은수 작가님의 <오해를 푸는 사람>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고 그 글들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묻는 습관과 용기를 갖게 되었기에 은수 작가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eminij15https://brunch.co.kr/brunchbook/seminij15


오늘도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볼 수 있도록 노력하며 동시에 지금의 나를 마음껏 사랑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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