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람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것

오늘의 책:야마구치 슈 & 구스노키 켄의 '일을 잘한다는 것'

by 이제은


수치나 목표만 보고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라옵니다.



나는 빨리빨리에 최적화되어있다. 무엇이든 빨리 끝내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남들보다 더 빨리, 보통보다 더 빨리 해내는 것.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효율성이 요구되는 일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도 정해진 시간이 있고 그 시간 안에 치료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스케줄이 밀리지 않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일정한 스케줄들에 맞추어 살아간다. 직업, 학업, 육아, 집안일 등등해야 하는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간을 분배한다. 오전, 오후, 하루, 일주일, 한 달 등등.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똑같이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간을 분배한다. 이렇듯 우리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한다는 뜻일까?


디즈니의 CEO 로버트 아이거 (Robert Iger)의 자서전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서 읽은 내용이 떠올랐다.


"쇼쿠닌이란 '공공의 이익과 선을 위한 완벽함을 끝없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해나감에 있어서 시간이 흐르면 일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도 있다. 그러나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모색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바로 쇼쿠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자세의 궁극적인 목표에는 나의 개인적인 욕구, 예를 들면 금전적인 이득, 가 아닌 공공의 이익과 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개인적인 욕구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엇인가를 추구할 때에는 원대한 가치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보다 더 원대한 가치를 추구할 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만족하거나, 쉽게 포기하거나,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무소의 뿔처럼 멈추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불교 대표 경전) 중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나 개인의 영역인 동시 나를 둘러싼 사회의 영역인 셈이다. 요새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나 혼자서만 잘한다고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혼자만 잘해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떠한 집단이나 조직에 속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는 분명 장단점들이 있었고 나는 점차 혼자 잘하는 것을 넘어 함께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오랜 시간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는 나의 좁은 사고방식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나의 위치가 위에 있을수록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일을 잘하길 바라는 마음/기대가 커졌었는데 그 마음 자체가 욕심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었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그 사람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피드백과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참된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네 브라운은 '마음 가면'이라는 책에서 조직 안의 피드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피드백이 꽃피는 조직문화란 껄끄러운 대화를 편하게 나누는 것을 넘어 그 불편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내할 수 있는 문화다. 리더들이 진짜 배움과 비판적 사고와 변화를 바란다면 불편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승리란 훌륭한 피드백을 얻는 것이 아니고, 껄끄러운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것도 아니며, 피드백이 필요한데 그냥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진짜 승리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 < 마음 가면, 브레네 브라운 (지은이), 안진이 (옮긴이) > 중에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견고한 믿음과 신뢰가 밑바탕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순간의 불편함을 이겨내고 솔직해질 수 있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좋은 의도가 전달이 되도록 적절한 단어와 표현으로 설명을 하며 불필요한 감정이나 이야기들은 배제해야 한다 (이것은 류시화 시인에게서 배웠다.) 그래서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아지도록 나를 도와주려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마음을 열고 더 적극적으로 나아지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고 자신의 의견을 나눌 때 이 둘은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리더라고 피드백을 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리더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들을 듣고 개인과 팀 모두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만약 리더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인식하며 자신 주위의 사람들의 감정들과 생각들 또한 통찰하고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면 분명 그 조직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주위 사람들을 더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수치나 목표만 보고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라옵니다."
-야마구치 슈 & 구스노키 켄의 '일을 잘한다는 것' 중에서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하기에 스토리보다 더 강력하고 좋은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경험해 본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수치나 목표는 달성하고 나면 단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는 측정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지 결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될 수 없다. 숫자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면 정작 중요한 가치 (예를 들면 사람)들을 놓쳐버릴 수 있다.


나의 경우 처음에 환자 후기가 한두 개씩 늘어날 때는 매일이 신나고 즐거웠었다. 시간을 내서 좋은 후기를 써준 환자들이 참 고맙고 감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달성하고 싶은 환자 후기 개수를 정해놓자 처음 느꼈던 신나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보다는 빨리 늘지 않는 후기 숫자를 보며 초조하고 불안하고 심지어 속상해하기까지 했다. 더 어이가 없었던 부분은 막상 정해놓은 환자 후기 개수를 달성했음에도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더, 더, 더 많이 얻어야 돼. 그래야 돼!" 그렇게 몇 달을 하루에도 수십 번 후기를 확인하면서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속상해하며 보냈다. 하루의 일들이 순조롭게 잘 마무리되고 모든 것이 잘 되어가도 마음 한구석은 매우 허전했다. 그러다가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켄의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읽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새 숫자에 집착해 정작 중요한 일을 잘하는 것과 일에서 얻는 즐거움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의 리더가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환자들이 치과에서 즐겁고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다시 꼭 돌아오고 싶게 느끼도록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야."


그렇다. 내가 따라가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스토리였다. 환자들에게 단순한 치료 이상의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치과를 떠올릴 때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닌 즐겁고 편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들이 계속해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실제로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러 돌아오는 환자들의 확연히 달라진 편안한 태도, 웃는 얼굴, 농담을 하는 여유, 그리고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들은 나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앞으로 내가 우리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을 제공해줄 것이며 혹여 내가 방황할 때 나의 중심을 확고히 잡아줄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과 거의 다르지 않은 일상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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