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대한 평범한 인간의 디스토피아적 상상

by iris

AI의 도래가 명확해진 이 시점. 향후 1~2년 안에 인류의 미래가 결판 날 것만 같은 위기감이 몰려온다. 특히 AI로 교체될 최전선에 배치된 프리랜서 번역가인 나는 이 모든 예견이 사실상 디스포티아적 불안으로 다가온다.


개인의 역량이 극대화돼 오히려 능력 있는 개인의 힘이 강해질 거라는 희망론이 지배적이지만, 그 외의 절대다수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까? 나는 내 디스토피아적 불안을 먼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으로 확대해 보았다.


AI 시대가 정착되면 소수의 개인과 집단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개인은 직업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게 된다면 경제가 굴러가지 못하니 기본 소득이란 개념이 등장해 누구나 일정 금액을 받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 소득. 어쩐지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사실상 이론만 남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회주의에서 말하는 모두의 노동으로 얻은 이득을 합쳐 개인에 균등하게 나눠준다는 유토피아적 개념과 흡사해 보인다. 이미 인류 역사는 이 개념을 100%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노동을 시키고 이를 통해 얻은 이득을 균등하게 나누려면 (이미 '공정'과 '균등'을 실현할 수 없기도 하지만)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데, 견제받지 않는 하나의 컨트롤 타워는 인간 특성상 반드시 부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지금 이 시점에 케케묵은 사회주의 유사품적 개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 어쩐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AI 시대의 컨트롤 타워는 전체주의의 권위주의적 정부와는 다른 모습일까?


내 디스토피아적 상상 속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형태의 컨트롤 타워는 영화 '월 E'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류마저도 먹거리 걱정 없이 편안한 삶을 누리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주어진 의식주만 습관처럼 누리고 누군가 틀어 주는 영상 속에서 살아가는, 미래도 의미도 없는 살만 잔뜩 쪄 있는 가축이다.


물론 더 끔찍한 상상도 존재한다. 각자 머릿속에 최악을 그리면 현실은 그보다 더하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늘 시스템을 만든 소수의 편의에 의해 존재했고, 항상 그랬듯 현실 인간의 컨트롤 타워는 영화 '월 E' 속 컨트롤 타워처럼 인간을 곱게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AI 시대의 컨트롤 타워도 결국 소수의 기득권이 잉여 인간이 된 다수를 컨트롤하는 형태로 흘러갈 것은 자명해 보인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인류 노동의 의미를 잃은 미래 혹은 근미래에는 '1984'의 빅 브라더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2026년 구매 도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