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주걱은 조용한 필수품이다.
구두 주걱은 조용한 필수품이다. 일상에 늘 있지만, 없어도 되는 존재였다. 신발이 꽉 끼면 한 쪽 손으로 벽을 잡고 앞 발가락을 바닥에 쿵쿵 찍으면 그만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마주치는 구두 주걱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물건처럼 보였다.
그러나 허리 디스크가 터진 뒤, 나는 더 이상 몸을 숙일 수 없었다.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예전처럼 벽을 잡고 발을 바닥에 구르고 싶었지만 발은 감각이 없다. 오히려 신발을 벗겨낼 뿐이었다.
그 때 비로소 구두주걱이 보였다. 의자에 앉아 오른쪽 발을 신발에 넣었다. 구두주걱을 뒷꿈치와 신발 사이에 조심히 밀어넣자 발이 미끄러지며 들어갔다. 그 날 이후 구두주걱은 내 일상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삶은 아플 때야 비로소 조용히 곁을 지켰왔던 것들의 이름을 불러준다.